신작을 너무 기대했나. 강렬함이 순간 순간 다가오지만 끝내 와닿지는 못하고. 제주의 아픔을 몰라서도 아니고, 그저 너무 우울하기만한 두 등장인물이 견디기 어렵다. 완성되지 않은, 미뤄버린 작별에 대하여 생각하는 순간. 제발 온전하고 평안을 주는 작별의 순간이 오길 바라는 건 너무 순진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요즘같은 세상에. -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 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다.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 12 -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 15 -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보인다. - 105 -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134 2021. o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