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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세상 냉소적인 작가.
현실을 직시 하는 눈과, 모든 감정들을 아주 잘 벼려쓸 수 있는 손을 가진, 불행과 다행 사이 어디쯤을 편치않은 마음으로 서성 되는 작가가 보였다. 처연해진다.
-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착해 보이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런 날은 살 맛이 난다. - 20
-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은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과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26
- 나이를 먹고 세상 인심따라 영악하게 살다 보니 이런 소박한 인간성은 말짱하게 닳아 없어진지 오래다. 문득 생각하니 잃어버린 청춘 보다 더 아깝고 서글프다. 자신이 무참하게 헐벗은 것처럼 느껴진다. - 32
-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디처럼 열심이라는 것 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 소리 안하깅, 정직하긱,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깅, 매질 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 216
-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된 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슬픔과 함께 멍에를 벗은 것 같은 홀가분함을 느꼈다면 내가 너무 불효한 것일까. 그러나 솔직한 심정이 그러했다. 더는 모순된 이중의 고향, 두 개의 허상에 짓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렇게 홀가분 할 수가 없었다. - 235
-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 252
- 때때로 이렇게 잘 살고 있는 나를 남처럼 바라 보면 처연해지곤 한다. - 260
2021.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