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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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해외여행 한 번 안 가 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대부분의 그들이 꿈꾸는 여행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명 건물이 즐비한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시에서 눈을 두리번 거리며 박물관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남태평양의 이름난 리조트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들일 것이다. 나 역시도 별로 많지 않은 여행의 경험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책 <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표지의 사진에서도 그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듯이 그가 우리를 초대하는 곳은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경치들 사이로 순진무구한 가난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떠오르는 곳, 동티모르이다. 수도인 딜리에조차도 멋드러진 호텔하나 제대로 없는 그 곳에 그는 왜 간 걸까? 호텔 밖의 거리에는 더위에 지친 개들이 누워있기도 하고, 도시의 외곽으로 향하는 다리에 밖에는 오솔길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온 동티모르를 다 돌아다니면서 기어이 사람들을 만나고, 장례식에 참가하고 , 사진을 찍는다. 




 그가 만난 대부분의 동티모르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기뻐한다. 아이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호객 행위를 하기는 커녕 팔아주겠다는 사람에게도 부끄러워서 제대로 마주쳐다보지도 못한다. 

 인적이 드믄 섬에서 며칠 한가하게 파도소리 들으며 책을 읽으려고 찾아간 친환경 에코빌리지 투아코인(Tua - Koin) 리조트에서 밤새 물 것에 뜯기면서도 그는 바다를 바라보는 탁자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그 곳을 느낀다. 아마 이런 힘이 그를 그 험한 나라에서 한 달이나 보낸 원동력일 것이다.  




그 가난한 곳에 찾아와 성당을 짓고, 의자를 직접 만드는 루이스 신부를 만나 것은 작가 못지않게 나에게도 깊은 감동의 경험이었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직접 만든 저녁 식사로 손님을 대접하는 늙은 신부의 담담한 표정과 노도으로 굵은 손가락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해답을 준다. 




아름다운 사진과 사람들
 그가 보고 온 것은 어쩌면 그 자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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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온! 그램툰 Come On! Gramtoon 2 - 형용사 부사 전치사 GRAMTOON is My Best Friend 2
김영훈.김형규 지음 / 한겨레에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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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여러가지 가치 판단 기준이 있다. 예전같으면 인품, 학식, 예의, 배려 등이 그 가치 판단의 기준이었겠지만, 세상이 달라지다보니 그런 도덕적인 관념들을 머릿 속에 두고 있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명예, 부, 학식이 아닌 학력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들어 웃지 못할 기준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영어능력이다. 오죽하면 영어 능력이 곧 계급의 기준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인가. 아이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들은 벼라별 방법을 다 강구한다. 자라서 학원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각종 학습지와 비디오 테이프를 독파하고 좀 여유가 되면 단지 영어 공부만을 위해서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집에서 영어만 쓰는 가정, 가사도우미를 영어 가능한 나라의 사람으로 두기도 하는 등 그 다양한 시도가 정말 눈물겹다.
  어린 시절 아무 근거없이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던 내가 현실의 높은 장벽을 깨달은 것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선행학습이 별로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중학교에서 배우듯이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은 향상될 줄 몰랐고, 나는 그 원망으로 선생님 탓을 하기도 했다. 영어와의 그 괴로운 싸움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내가 포기해 버림으로써 끝났다. 그 시절에는 영어를 못해도 그냥저냥 살만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기에, 과감하게 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지금껏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영어 관련 서적을 보거나, 영어 영화를 볼 때 그 아쉬움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 때 생각을 잘 해서 영어과를 갈 걸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아이들과 듣기평가도 같이 풀어보고, 영어 공부를 나름 잘하는 딸아이의 책을 보기도 하지만, <성문 종합영어>를 완독하지 못한 자의 부족함은 평생을 가는지 그 벽이 높기만 했다.
 이번에 만난 책 <Come on! GRAMTOON 2 >는 만화로 이루어져 있다. 늘 영문법에 대한 울렁증으로 자신없던 영어를 만화로 한 번 공부해 보자는 마음이 든다. 2권을 먼저 보자니 약간 정신없는 면도 없진 않지만,  'GRAMTOON is my friend.'라는 부제로 형용사, 부사, 전치사를 공부하면서 진작에 영어를 이렇게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었다면 영어와의 풀지 못한 애증관계를 지금껏 지속할 필요가 없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대신 나의 아이가 영어와 싸우고 있다. 작은 아이가 이 책의 도움으로 영어를 싸움의 대상이 아닌 친구로 알게ㅐ 되었으면 좋겠다. 'GRAMTOON is my friend.'라지 않는가 말이다. "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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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요리 대작전 - 만화로 따라 하는 자취요리
박성린 지음 / 삼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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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음식을 내손으로 해야할 때 (대학 1학년 때이니 어언 20여년이 넘었구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는 친구의 골치덩어리였다.

반찬은 고사하고 밥물조차 맞추지 못했던 나. (결국 친구와의 자취 시도는 며칠 후 무산이 되었다.)어느 날은 질게, 다음 날은 되게 만든 밥을 놓고 한숨쉬는 일은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후 결혼을 하고서도 계속되었다. 결국 한동안 남편이 밥을 해야만 했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시집은 무슨 배짱으로 간 건지 원. 주로 친정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밥은 전기밥솥이 했다. 있는 반찬 꺼내먹기도 귀찮던 시절, 요리란 먼 나라 얘기였다. 그러던 내게 변화가 온 것은 아이가 자라면서부터이다. 고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며 들어가는 밥을 바라보는 것은 어미된 자의 큰 행복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 둘 시도해 보면서 조금씩 늘어가는 음식 실력이 지금은 꽤 괜찮다.

 이제 문제는 하기만 하면 맛나지만, 귀찮다는 데 있다. 십수년을 직장에 다니면서 살림을 하다보니 대충하는 스킬은 늘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어쩐지 하기 싫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요즘은 일이 바빠서 저녁을 못 해 주는 날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된다. 어쩌다가 일찍 퇴근하는 날은 몸이 피곤해서 쉬고 싶거나, 혹은 외식을 할 기회가 생기기도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저녁 식사를 준비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만나 이 책 <자취요리 대작전>은 그야말로 옛날 생각이 나게 한다. 밥짓기의 기초부터 나중에는 고난도의 잡채 만들기까지 총망라한 내용부터 만화로 전달되는 표현방식까지 재미난다. 김치볶음밥, 참치김치찌개, 북어국등 우리가 늘상 먹는 음식부터 주먹밥, 김치국밥, 밥전등의 특별요리와 나중에는 월남쌈까지 주인공의 요리 솜씨는 날로 일취월장한다. 쉬운 설명과 따라하기 좋은 그림들이 이 책의 특장점이다. 또한 먹다가 남긴 음식의 재활용과 구하기 쉬운 재료들도 매력이 넘친다.

 어제는 저녁을 준비하면서 신김치를 썰다가 우리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먼저 김치를 송송 썬다. 석박지도 같이 썰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는다. 김치가 익어질 무렵 물을 두 컵 정도 프라이팬에 붓고 끓인다. 물이 거의 쫄아들면 들기름을 약간 넣고 다시 볶는다. 들기름내가 나서 고소한 김치 볶음으로 우리 아이가 밥을 먹는다. 어린 시절부터 토속 음식을 좋아하던 아이는 두부와 된장찌개, 김치 볶음등을 좋아한다. 이렇게 볶아주니 쉽고도 맛있다. 내일은 또 어떤 음식을 따라해 볼까?

 

어제의 김치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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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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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다 못 갚는 빚은 아마 어머니께 진 빚일것이다.
 열 달을 뱃속에 품고, 온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고 나를 나아주신 어머니. 배 곯을까, 추울까 늘 보듬어 주시고, 더 자라서는 쓸모있는 사람 되라고 가르쳐 주신 어머니의 그 사랑을 내가 어미가 된 지금에야 실감을 한다. 한번은 밥 하는 게 힘들다는 말을 어머니께 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네 자식들 먹이는데 뭐가 힘드냐, 난 재미만 나더라." 하는 대답을 하셨다. 그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 듯 했다. '우리 엄마는 저런 마음으로 내게 밥을 해 먹였구나, 계란말이를 해 주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을 싸 주신 것이로구나.' 그 밥이 지금도 그리운 그 밥이다.

최인호의 사모곡 <천국에서 온 편지>는 바로 그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책 한 권 가득 노래하고 있다. 이미 돌아가신지 20년 세월이 넘은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은 절절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1987년의 기억을 마치 어제의 일인듯 운명 소식을 듣는 순간, 장례에 참여하기 위해서 비행기로 돌아오는 순간, 그리고 장례미사, 장지까지 가는 길, 하관에 이르기까지 느끼고 생각했던 그리운 마음과 회한의 목소리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이북에서 내려운 피난민이었던 아버지, 그 유명한 평양고보를 나와서 변호사까지 지냈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기르신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은 종교적인 깨달음과 합일이 되어 마치 한 편의 종교 서적을 읽는 기분이었다. 종교적인 생각과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불편한 정도로 카톨릭 편향적이어서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다 자라서 성인이 된 이후까지 알게 모르게, 혹은 속으로 때로는 드러나게 어머니에게 했던 불손한 행동과 귀찮은 마음들을 낱낱이 기억하며 되새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한없는 자비와 사랑을 베풀던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과 부끄러운 마음을 작가 최인호는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에 가슴이 아팠다. 다행히 아직은 건강하게 활동을 하시지만, 예전과 다르게 편찮으신 데가 점점 많아지고 기억력도 떨어지시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급작스런 일이라도 맞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금세 생활에 묻혀서 어머니 걱정은 사라지고 아이들 걱정, 직장 걱정에 바빠지고야 만다.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라도 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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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6-0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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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현듯 주위를 둘러본다. 그 많은 노래와 영화와 소설과 시에서 우리는 늘 사랑 타령을 하고 있다. 오로지 너 뿐이고, 네가 없으면 난 안 되고, 니가 떠난 그 자리에 나는 기다리고 있다. 이 세상 가득 사랑만이 있는 듯하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꿈이 아닐까? 마치 노래 '네모의 꿈'에서 세상을 둥글게 살라는 말은 네모가 꾸는 꿈인 것처럼 이 세상에 실은 사랑이 없어서 우리는 평생 사랑만 찾아 대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해 본다. 사랑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 사랑에 빠져서 상대에게 온통 집중하는 기간은 18개월 정도라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시들해져서 그야말로 콩깍지가 벗겨진단다. 참으로 세상의 섭리라는 게 얼마나 오묘한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객관적이고 상대와 따로 시간을 보내도 불편하지 않은 적당한 마음이 필요하다. 언제나 상대만을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면 일상 생활이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 정점에서 멈춘다면 어떨까? 영원히 그 사랑의 매혹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걸까? 한창 서로에게 몰입하여 행복의 정점에 있던 크리스티안과 슈텔라에게 걱정은 그들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생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 여름 축제의 분위기에 싸인 마을에서 그들은 서로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학교의 영어 교사인 슈텔라와 사랑에 빠진 13학년인 크리스티안은 슈텔라가 교사라는 위치때문에 자신을 밀쳐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그녀의 곁에 다가서고 싶어한다. 크리스티안에게 고민이란 슈텔라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것 분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의 사랑은 멈추고 만다. 일상이 될 기회를 갖지 못 한 채 그들의 사랑은 그 자리에서 멈춘 채로 영원으로 내달린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싫증이 나고 의심을 하고 미워하고 나서야 서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회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의미를 정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 크리스티안은 슈텔라와의 사랑을 끝낼 수 없다. 그에게 있어 그녀란 영원히 마음 속에 살아 숨쉬며 그의 삶을 규정하는 신이 되고야 말 것이다. 아마도 그 인연의 끈은 크리스티안이 삶을 놓아야만 끊어지지 않을까?

 

"나뭇진이 굴러떨어질 때 모르고 그 밑에 있다가 같이 빨려 들어(본문 118쪽 )"가 영원히 호박(琥珀) 속에 함께 있게 된 모기처럼, 혹은 그 모양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린 표석의 생물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기억에 선연히 새겨진 것이다.

                                                      159쪽,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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