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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를 찾습니다
애니 & 샌더스 지음, 김소연 옮김 / 지니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흠. 가끔은 나도 와이프가 있음 좋겠다.
퇴근해서 들어오면 식탁엔 맛난 저녁이 차려져 있고 집안은 싸악 반짝반짝 청소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옷장엔 옷들이 깨끗하게 다람질되어 있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깨끗이 씻고 저녁 먹을 준비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식사 후엔 달콤한 과일과 향기로운 차로 후식을 먹고 가벼운 산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와이프는 설거지하고 부엌을 치워야지.
이래서 남자들이 결혼을 하나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신나는가 말이다.
그런데, 나는?
퇴근하면 정신없이 빠르게 장을 본다, 찬거리가 없고 덜 피곤한 날만.
대부분의 날은 그냥 집으로 들어간다.
옷을 갈아입고 쌀을 씻어서 밥을 앉힌다.- 이 표현이 참 좋다. 너무 다정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저녁을 준비하고 식후엔 대강 치우고 ......
사이사이 빨래를 돌리고 청소도 한다.
아무리 식구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차원이다.
이것도 못할 정도의 날엔 저녁은 시켜먹든지 나가서 먹는다.
신을 양말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늘 새 양말을 준비해 둔다.
워커 홀릭인 알렉스는 우유조차 사러 갈 시간이 없다. 알렉스와는 사사건건 맞지 않는 왕년의 명배우 엄마는 과거의 화려함을 곱씹고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능력있는 사업가의 아내 새프란은 알렉스와는 절친한 친구이다. 팔을 다친 알렉스의 엄마를 알렉스가 돌볼 필요가 생기자 비상이 걸린다. 우유사러 갈 시간도 없는 딸이 어떻게 엄마를 돌본단 말인가. 궁리끝에 새프란은 와이프를 찾는다는 광고를 낸다.
배우인 프랭키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제작자를 만나지 못한 탓에 시답잖은 바나나 역할이나 한다. 그의 취미는 살림이다. 빨래, 정리정돈, 다림질에 요리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이다. 동생 엘라는 천방지축 사고 뭉치지만, 오빠를 아낀다.
그 프랭키가 새프의 광고를 보고 찾아오지만 알렉스에게 보기좋게 거절당한다.
남자를 가정부로 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은 꼬이기 마련이라서 엘라를 고용하지만, 프랭키가 알렉스의 엄마를 돌보게되고 그 둘은 천생연분으로 꿍짝이 잘 맞는 친구가 된다.
대다수의 칙릿이 가는 구성 그대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알렉스는 프랭키의 매력을 알아가게 되고 프랭키 역시 알렉스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존심 대마왕 알렉스, 무슨 일이든 혼자하려하지만, 결국 그녀는 깨닫는다. 이 세상에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가장 가까이는 가족이고 동료이고 넓게는 인류 전체이다. 그래서 "We are the world."이다.
그녀의 단짝 새프란은 그야말로 <빈둥지 증후군>을 느낀다.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집을 꾸미고 헌신하지만, 결국 그녀는 스키장에 자기의 스키바지를 가지고 않은 스스로를 발견한다. 영국의 이야기이면서도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았다. 다른 가족의 일들을 챙기느라 어느 순간 나의 칫솔을 두고 여행가는 일이 늘상 생기는 것이 말이다. 이것도 역시 "We are the world."이다. 혹시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는 아닐까? 잠깐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역시 문학은 보편성을 특징으로 한다.
알렉스, 빈, 새프란. 그녀들은 모두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소설 안에서 모두 행복해진 것처럼, 우리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이들처럼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