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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
김영민 외 지음 / 푸른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과외 금지 조치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국민학교 때 하던 과외도 하지않고 말 그대로 순수하게 학교 교육만 받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부잣집 아이들은 몰래 과외도 했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물론 중학교 때부터 각종 모의고사를 한 달에 한 번씩 보았고, 고등학교 때는 도시락을 두 개씩 싸 갖고 다니면서 야자를 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가 참 좋았다.
지금 내 아이가 10대의 청소년이고 주위의 모든 관심사는 아이 가르치기에 쏠려있다.
수학은 어느 학원이 좋은지, 외고를 가려면 뭘 해야하는지, 우리 아이는 영어를 어디까지 공부했는지......-나 학교 다닐 때 우리 부모님은 밥만 해 준 것 같은데, 내가 무슨 공부를 하는 지는 잘 몰랐는데?- 지금 엄마들은 아이가 쓰는 참고서의 저자도 안다.
그 모든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고등학교. 민족 사관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책을 썼다.
그것도 전처럼 학습 방법이나, 나는 이렇게 외국 대학에 합격했다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여행기다.
"국가 청소년 위원회" 주최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 탐험대’에 선발 된 네명의 학생이 일본을 탐험하고 와서 쓴 책이다.
일본의 문화 중에서 연구할 만한 거리를 찾고 그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를 하고 그 모든 것을 스스로 한 아이들. 그 와중에도 학교의 수많은 크고 작은 시험들을 치르고, 나름대로 준비한 대학 진학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도 이런 일을 해 낸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에게는 없는 일본의 <일관 교육>을 테마로 잡고 일본의 청소년들을 인터뷰하고 학교를 방문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일들을 해내고, 중간중간 아이다운 천진함으로 먹고 싸우는 모습들이 참 대견하고 귀여웠다.
그리고 나도 이 책을 통해 <일관교육>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과외를 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얼핏 영화로도 나온 소설 <내니 다이어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애니가 돌보던 아이가 유명 유치원에 떨어지자 아이의 아버지가 불같이 화내던 그 장면 말이다. 이건 일본만의 경우는 아닌 것이다.
영어로 능숙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스스로 배운 일본어로 친구들의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일본에 가서 배우고 온 것은 일본에는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일관 교육>만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준비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또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가라는 사실을 배웠다.
할 일을 미루면 나중에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도, 말이 안 통해도 어떻게든 길을 찾아서 커피를 사 먹을 수도 있다는 것도, 같이 있는 사람의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인생의 조화도 배웠다.
공짜로 일본 여행을 한 것도, 논문을 써서 상을 받은 것도, 책을 써서 유명해지는 것도, 그들이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가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 경험이 그들을 더욱 강하게 키우리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