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on the Pink
이명랑 지음 / 세계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오래 전 만난 소설 <삼오식당>은 내게 신선한 소설이었다.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솔직하다 못해서 발칙한 느낌이 들던 소설.

시장판에서 우리의 남루한 일상을 적나라하게 까발긴 당돌한 소설은 이명랑이라는 소설가를 눈여겨 기억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는 잊을만하면 새로운 소설들을 내게 보여주어 반갑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새 소설 <날라리 on the pink>는 제목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날라리라하는 걸보니, 10대 청소년의 이야기일 것은 확실한데, on the pink라고? 내가 아는 요즘 아이들은 핑크색은 대세가 아니던데?

일고 나서는 참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사춘기의 딸아이를 키우고, 10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정아다.
중학교 때 내신 성적이 상위 75% 안에 들지 못해서 강건너 '자유여상'에 진학한 정아는 118번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한다. 같은 버스 안에는 수다스러운 은정이가 있다. 은밀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은정이는 문제아다. 같은 중학교에서 비슷한 성적으로 올라온 효은이는 인문계 아이들에게 모의고사 시험지를 빌려다 보는 둥 수능준비를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물론이고 선생님들에게서까지 비웃음을 받는다. 양궁을 하러 '자유여상'에 온 서빈이는 못난 외모와 커다란 덩치로 온갖 따돌림을 경험하고 모든 일을 '선빵'으로 해결하려한다. 우연히 버스 안에서 떠들던 소리를 들은 선배 '대가리'에게 한 패로 몰린 셋은 원하지는 않지만, 패거리가 되고 거기에 품행이 지저분한 연지가 함께 어울린다.
담배를 배우고 클럽에 가고 남자를 만나면서 그들은 그들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을 찾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냉대 뿐이다.
그들의 대명사는 "뻔한 년들!"

 

쉽게 바로 읽혔지만, 남는 여운은 크다.
그것은 감동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좀 찝찝한 기분이다.
작품에 사용한 아이들의 언어나 그들의 문화는 마치 아이들에게 실증을 거친 듯 생생하고 격렬하다. "이거 혹시 작가 실화 아냐?"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곳곳에 포진해 있으며, 군데군데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그만큼 묘사와 표현이 살아있다.
현장의 경험이 십수년인 내가 보았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실은 너무도 격렬하고 솔직해서 선뜻 옮기기가 낯부끄러울 정도다.

 

아이들이 이 정도일까?
이 아이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학력위주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항인가?
인생의 의미를 찾는 질풍노도의  방황인가?
아니면, 어차피 한 세상 신나게 놀다가 가자는 걸까?
공부를 못해서, 못생겨서, 부모를 잘못 만나서 모든 꿈을 잃어버린 채 뻔한 년들로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딸들, 그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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