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훌쩍 런던에서 살기
홍인혜 지음 / 달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 서적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라서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여행 서적이라면 거의 다 보는 편이다. 이국적인 풍물과 음식,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은 늘 나를 흥분하게 하고, 먼 곳을 꿈꾸게 한다. 그런데 조금씩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언제나 비슷한 곳의 사진과 같은 음식들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부터이다. 파리, 터키, 런던 그리고 일본, 대만 등은 이젠 너무 많이 가 보아서 마치 우리 동네라도 되는 양 마을 이름을 들먹이기도 할 정도이다. 이젠 좀 더 그들의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동네 사람들처럼 마을 어귀의 빵집에서 빵을 사고, 카페의 바깥 자리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이 사람 홍인혜 작가의 책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가 더욱 의미있다. 잘 나가는 잡지사 기자인 작가는 어느날 문득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회사에 사표를 내고, 그의 로망인런던으로 날아간다. 힘들고 지쳤을 때 늘 런던을 꿈꾸며 그곳의 정보를 모으고 계획을 세웠던 터라 자신있게 출발했지만, 처음 런던에 도착해서는 온통 죄충우돌 충격 뿐이다. 준비성이라면 자타가 공인한 사람이라고 자부했건만 실제 닥친 런던은 춥고 쌀쌀맞고 우울하기만 하다.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한국에서와는 달리 사나운 사람이 되고, 오후에 책을 읽으러 펍으로 가기도 한다. 단지 공책 한 권을 사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백화점으로 가야하는 불편한 곳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으려 애를 쓴다.

 예쁜 그림과 결코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는 문장들이 마음에 든다. 글을 많이 쓴 사람의 냄새가 물씬나는 글과 느낌있는 사진이 책을 무게있게 하고, 읽는 보람을 준다.

 정말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나는 그런 순간이 언제였을까? 늘 바쁘고 시간이 없는 삶만을 살았는데, 그러느라 어느 순간 지나가 버린 걸까? 혹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바빠서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앞으로 남은 삶에서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는 느낌이 오면 정말 해 보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것부터 생각해 두어야지.

 

 "나이를 먹어가니 그 때의 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 어리고 치기만 그득했던 우월감,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착각, 이제야 그 모든 것을 반성한다. 다행히 그 모든 철없는 감정을 속으로만 쌓아가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아 망정이지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겨뒀다면 남은 일생의 목표가 그것을 분쇄하고 소각하는 일이 될 뻔했지 뭔가."

본문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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