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공원
쇼지 유키야 지음, 김성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에 연수를 간 친구가 이번 겨울에 꼭 놀러오라고 한다. 오로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직업을 가진 나는 꿈도 꿔 보지 못할 해외 연수를 가서 부러워 죽겠는데, 그것도 미국, 그리고 그 유명한 빅애플 뉴욕에서 과히 멀지 않단다. 뭐, 미국인들의 거리 개념은 우리와는 다르다지만 최소한 대륙의 끝과 끝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어쩌면 세계인의 로망인 뉴욕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어디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패션 피플가득한 멋진 샵도 아니고, 자유의 여신상이나 영화의 배경인 엠파이어트 스테이트 빌딩도 아니다. 도심 한가운데의 공원 '센트럴파크'가 가보고 싶은 곳 1위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마다 거의 등장하는 그 거대한 공원에 대해서는 이곳저곳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공원 곳곳의 잔디밭과 공연장과 햄버거 가게, 연못의 오리와 뛰노는 강아지, 조깅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도쿄에도 도심 한가운데 그렇게 공원이 많은 모양이다. 이 소설은 제목까지 공원으로 정할 정도이니 말이다. 주인공 게이지는 사진작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인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진을 찍는다. 그가 주로 찍는 것은 가족들의 모습니다. 휴일 오후에 공원에 나와서 도시락을 먹고 배드민턴을 치며 웃는 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런 어느날 우연히 아름다운 모녀를 촬영하다가 그 남편에게서 의외의 제안을 받는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즐기는 아내의 뒤를 밟아달라는 것이다. 게이지는 의구심이 생겼으나, 그 일을 수락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도시락을 준비하고 유모차를 끌면서 공원을 산책하는 아름다운 여인과 귀여운 아이의 사진을 찍으면서 점차 그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게이지는 그 부인 역시 자신을 인식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넓은 도쿄의 이곳저곳에 잇는 여덟 곳의 공원들을 돌아다니는 주인공의 뒤를 따라서 나 역시도 맑은 하늘 아래에 긴 산책을 한 느낌이다. 투명한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 소리, 때로는 동물들이 또 때로는 놀이기구가 또는 낚시터가 있는 그 공원들에 대해서 어찌나 세밀하고 생생하게 묘사를 했는지 실제 눈과 피부로 그것을 느낀 듯했다.

  끝까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늘같은 날, 날이 좋다면 동네 공원이라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나름의 독특한 기류가 흐르기 마련이다. 물론 그것은 서로가 촬영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다. 피사체가 사진을 찍히고 있는지 모를 때는 그 사람이 지닌 분위기를 사진 작가가 그런 형테로 감지한다..........거기에는 분명히 뭔가가 존재한다고. 그래서 사진집 같은 것을 보면 사진 작가와 피사체의 관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사진에 내포된 분위기가 진하게 전해지는 것이다. 그런 사진집일수록 대개 높은 평가를 받는다. "

본문 129쪽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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