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때 비로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바로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진정한 여행> - 나즘 히크메트
 
 
 
  내 생애 한번쯤 지금 이곳이 아닌 곳에서 살아볼 수 있다면 터키로 가고 싶다. 카파도키아의 낯선 풍광 속에서, 혹은 파묵칼레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일몰을 바라보는 삶을 살고 싶다.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터키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어딘지 괜시리 친근한 느낌을 받곤 했다. 지난 여름 이슬람과 아랍 문명에 대해서 배우면서 내 그 막연한 그림움의 근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와 아랍인들은 이미 신라시대부터 교류가 있었다. 그러니 그들과 우리의 이끌림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바로 DNA의 이끌림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 <내 이름음 피라예>를 읽게된 이유도 터키의 소설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 수많은 여행자들이 전하는 이스탄불의 향기, 괴레메의 경치, 아나톨리아 평원의 순박함을 읽어왔지만, 또 주인공이 남자인 소설들을 읽었으나 정작 궁금한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고, 그래서 늘 아쉬웠다.

  소설은 주인공 피라예가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는 독백으로 문을 연다. 연극과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서 치과 대학에 진학한 그녀의 이름 피라예는 터키의 위대한 시인 나즘 히크메트의 아내의 이름이다. 사실 그녀에게 시에 대한 애정을 불어넣어 준 것은 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금지된 시인들의 시를 읽을 수 있게 했고, 그 아름다운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했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치과 의사가 되어서 자기의 뒤를 잇기를 바랐다. 아름다운 피라예는 대학에서 친구를 사귀고 함께 시를 읽을 남자를 만나지만, 엄마는 그가 좌파라서 그리고 가난해서 안 된다고 반대를 한다. 어쩌면 우리와 그리 똑같은 지 웃음이 나왔다. 순탄하기만 할 것 같고 희망에 넘치던 피라예의 삶은 만나게 된 남자에 의해서 좌우되고, 여자의 삶이 다 그렇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우유부단한 남편에 대한 슬픈 사랑에도 불구하고 피라예는 꿋꿋하게 일어서려고 한다.

  아름다운 터키의 해안들과 오래된 도시들에 대한 소설의 묘사는 애정이 넘쳐서 읽는 동안 함께 여행한 기분이었다. 그들이 여행한 지명들은 너무도 익숙헤ㅐ서 마치 우리나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또한 섬세하고 자의식이 강한 이스탄불 여자인 피라예가 남편과 같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한낱 아들을 낳을 도구로 여겨지는 가부장적이고 시골스러운 시집에서 겪는 사건들은 우리 세대의 도시 출신 며느리들이 겪던 사건들과 흡사해서 친근감이 생겼다.

  고난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는 피라예의 삶은 세상 모든 여성의 삶을 대표하고 있다. 그것은 터키가 우리와 비슷한 문화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문화 다른 나라에서도 남편과 아이에게 종속되는 여성의 삶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니 피라예가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주기를 바란다. 세상 모든 여성을 위해.

 

"바닥을 친다는 것, 더이상은 나빠질 여지도 없음을 안다는 것도 나름데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내게 있는 줄도 몰랐던 용기와 결기를 발견하게 된다. "

본문 415쪽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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