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살인 사건 개암 청소년 문학 12
린다 거버 지음, 김호정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이란 내용이 어찌보면 뻔할 수도 있다. 주변 환경이 너무도 어려운 한 소년이 있다. 그 아이에게는 아이를 보호할 부모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비참한 상황인 경우도 많다. 게다가 돌보아야할 동생이나 할머니가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이는 그런 비참한 환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항상 성실하고 굳세다. 또 언제나 책을 읽고 사색을 하는 조숙하고 똑똑한 아이다. 자신의 슬픈 환경을 드러내지 않고 이겨내려고 애를 썼지만, 헤어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주위의 섬세하고 마음이 따뜻한 어른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는 처음엔 어른을 경계하고 그의 도움을 거절하지만, 결국엔 도움을 받고 따뜻한 삶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런 아이들의 내밀한 속 이야기를 듣는 기쁨이 성장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상황 탓이 늘 조숙하고, 피해 의식에 젖은 아이들이지만, 그 나이답게 솔직하고 명랑한 아이들의 속마음이 늘 안타깝고도 예뻐서 성장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그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때때로 아이들의 상황은 더욱 나쁘고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이 그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사건은 더욱 교묘하게 복잡해지고, 아이가 처한 상황은 한 사람의 어른이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적이다.
  이 소설 <비키니 살인 사건>의 애프라 역시 그렇다. 열대의 섬에 자리한 리조트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서 절해고도에서 살아가는 열여섯 소녀 애프라는 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앓는다. 엄마가 자기를 이 섬에 버려두고 연락 한 번 없는 것이 너무도 서운했지만, 그래도 애프라는 열심히 돈을 모은다. 엄마에게 가는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서. 섬에서 애프라는 리조트 일을 돕는 지루한 생활을 한다. 남들은 그 곳으로 휴가를 오지만, 애프라에게는 친구도 없고, 댄스 파티와 영화관에도 갈 수 없는 감옥같은 곳이다. 그런 잔잔한 애프라의 일상에 큰 변화가 온다. 스미스씨네 가족이 투숙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빠는 그들을 아직도 공사 중인 방갈로에 묵게 하고, 그들의 투숙 기록을 없앤다. 그러나 그 아들 애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로 그들은 이미 애프라의 관심사다. 게다가 다음날 아침 투숙객인 비앙카가 비키니 수영복으로 목이 졸린 채 발견되고, 그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던 애덤의 아버지를 애프라가 보고 만다. 애프라는 애덤의 아버지를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애덤의 가족에 대해서 조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애프라는 자신의 의심을 더욱 확신하고 조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아버지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애프라를 나무라고 심지어 방에 가두기도 한다. 놀랍게도 애프라는 그들의 자신의 엄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아버지에게 반항한다.
  열대의 아름다운 섬, 그 리조트에는 유명인들이 가득하고 애프라는 그들을 돕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얼핏 생각하면 참 즐거운 생활처럼 보이지만, 애프라가 소녀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 생활들이 얼마나 답답할 지 이해가 된다. 친구와 수다를 떨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남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일 수 있는 나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더 넓은 곳으로 향하는 자신을 꿈꿀 그 나이에게 절해고도의 섬, 그것도 헬리콥터로만 들어갈 수 있는 섬에 갇혀 사는 기분은 아마 빠삐용이나 애해를 할까? 어른들의 선택과 삶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아이들의 삶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지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어떠한 환경이더라도 그 안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타고난 긍정과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리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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