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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평점 :
'부탄'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듣고 처음 생각난 것이 영화 <방가방가>였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인 김인권씨의 연기가 참 감칠맛 나는 그런 영화였다. 취직을 못해서 갖가지 고생을 하던 주인공 방태식은 남다른 외모를 이용해 외국인 노동자로 취업을 한다. 참 기가막힐 노릇이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태식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하는 사장과 싸우고, 불법 체류 외국인을 색출하려는 경찰에게서 동료들을 구해내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연기와 기상천외한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짠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가 참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덜 잘산다는 것이 그들을 무시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부탄'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그저 히말라야 인근의 작은 나라라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글을 쓴 린다 역시 처음엔 그러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의 '방태식씨'도 그렇지 않았을까? '부탄'은 일년에 2만여명 정도의 외국인만 입국을 허용한다고 한다. 또한 가이드와의 동행이라는 조건도 필요하다. 그만큼 자기 나라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쩌면 평생 '부탄'에 갈 일이 없을 지도 모를 만큼 조용한 곳이다. 수도인 팀부는 인구가 10여만 명이나 되지만, 교통신호등 하나 없는 곳이다. 아이들은 골목에서 강아지와 뛰어놀고 여인들은 집 앞에서 옆집 아낙네와 수다를 떤다. 그들은 부처님을 모시고, 까마득한 절벽에 사원을 짓는다. 집집마다 불단을 모시는 독실한 그들은 삶이란 또는 세상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러니 이 생에서 무어 그리 욕심 낼 일도 없을 것이다.
"부탄에서 시간이란 일직선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돌고, 도는 계절 안에서 살아 간다. 그들은 환생을 믿는다.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고, 끝없이 순환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많은 일들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부탄 사람들에게 시간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다. 그들은 찰나를 사는 방법을 터득한 시간의 달인들이다."
본문 30쪽
미국인인 린다 리밍은 부탄 친구들의 부추김에 여행 일정에 2주일 간의부탄 일정을 추가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부탄과 사랑에 빠져버렸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도 부탄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어이 그는 부탄으로 가서 살기로 한다. 부탄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오히려 그는 부탄 사람들에게 더 큰 가르침을 얻는다. 바로 느리게 살기, 많은 것들이 없어도 풍성하게 살기들이 그를 행복하게 한다. 그는 부탄 사람들의 언어인 종카어를 배우려 노력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운다. 그리고 부탄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불화인 탕카(탱화)를 그리는 화가인 남게이는 그녀에게 섬세하게 다가온다. 그에 대한 사랑이 부탄을 더욱 사랑하게 했는지 모른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지만, 린다는 부탄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부탄식으로 음식을 먹고 부탄의 옷을 입고 부탄 사람들처럼 걸어다닌다.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이 린다로 하여금 그러한 삶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미국보다 모든 물건들이 부족한 부탄이지만, 린다에게 그것은 오히려 숨퉁이 트이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나의 물건처럼 소비 사회의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가야 했을 자신이 이곳 부탄에 와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 정신의 고양을 더 큰 목표로 삼는 삶을 살게 된 린다는 행복하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갖 물건들이 가득한 집이다. 이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나도 그녀처럼 살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다만 그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그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번다는 것이다. ...... 부탄 사람들은 돈을 버는 데 능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인들보다 행복하다."
본문 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