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엄마에게 - 아주 특별한 입양 이야기
이정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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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진하고 깊고 질긴 사랑은 어미의 새끼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아무리 교양있고 냉철한 여인이라도 눈 앞의 아픈 자식 앞에선 울부짖을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엄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식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고 자식 앞에선 때론 이성적인 판단력마저 상실한 여인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고 경험했던가. 그럼 이 맹목적인 사랑의 기원은 어디일까? 자식을 열달간 품었던 어미의 뱃속일까? 아니면 물고 빨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며 온갖 고되고 험한 시간들을 보내도 아이의 방긋 웃는 모습에 싹 잊혀지고 말던 시간들의 총합일까?

 여기 이상한 제목의 책이 있었다. <내 딸의 엄마에게>라니 내 딸의 엄마면 나 아닌가 말이다. 아니란다. 글쓴이가 세상의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딸아이에겐 엄마가 또 있단다. 태어난 지 사흘만에 글쓴이의 품에 안긴 딸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겪은 이별에 대한 보답인지 엄마와 아빠, 오빠들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란다. 심지어 신의 은총인지 모유를 먹을 수도 있었다.

 첫 아이를 길러주시던 친정어머니께서 아기가 잘면서 보이는 예쁜 모습들을 다 놓치고 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마도 이 엄마의 마음이 그랬던 모양이다. 사랑스럽기만한 딸아이의 낳은 엄마가 아이가 그리워 마음의 병이 깊다는 소리를 듣고도 차마 아이를 떼 놓지 못하고 울던 그이는 이 아름다운 행복의 시간을 놓치고 만 딸아이의 낳은 엄마에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깊은 고민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아이를 입양하고도 가끔씩은 주위의 반응에 당황하는 자신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 그이는 딸아이가 나중에 받을 상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이는 가족과 자신이 딸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가 나중에라도 알기를 원했다. 이 넓은 세상에 혹시나 자기 혼자라는 생각을 할까 걱정스러워 이 길고 긴 편지를 쓴다.

 그리고 또 그이는 아이의 엄마가 당당하게 살아주기를 기원한다. 아직은 어린 그 엄마가 어서 빨리 마음의 병을 털고 근사한 여인으로 성장해서 아이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입양에 대한 시선은 여러가지다. 겉으로는 다들 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선뜻 실천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씩 사람들은 자기 속으로 난 새끼때문에도 고통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그럴 때 어른들은 그렇게 말한다. 부모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 관계라고 말이다. 그러니 이생에서 한 평생 그 빚을 갚게 한다고. 아마도 입양으로 만나는 부모 자식도 그런 관계가 아닐까? 어쩌면 그보다 더 진한 인연의 결과물일 지도 모른다. 이 몸이 아니라 다른 몸을 빌어서 이 세상에 온 그 아이가 기어이 이생에서 부모 자식의 연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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