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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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피서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바닷가도 좋고, 울창한 숲 속의 계곡도 좋다. 또 하나 더 한다면 시원한 수박을 앞에 두고 선풍기에 머리카락 날리면서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것도 있다. 사람에게 치이고, 돈에 치이면서 스트레스만 받을 양이면 맨 마지막 피서법이 어쩌면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남들도 다 그런 생각인지 요즘 유난히 미스테리, 스릴러물이 많이 출판된다. 그저 행복할 뿐이다.

 나는 평생 다양한 소설들의 세계를 접하면서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유난히 북유럽 쪽의 소설에 관심이 많이 간다. 지난 몇 해 동안 나의 여름을 달구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도 그렇고, 페터 회의 작품도 좋아한다. 어딘지 늘 서늘해 보이는 소설 속의 분위기는 올해같이 끈적거리는 더위에는 맞춰놓은 듯 어울린다. 그들이 사용하는 크로네 따위의 돈 단위도,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바람을 연상케 하는 그들의 거리 이름도, 그리고 주인공 이름 역시도 낯설고 매혹적이다.

 이 소설 <헤드헌터>에는 두 명의 헤드헌터가 등장한다. 먼저 주인공은 로게르 브론이다. 그는 아주 실력있는 헤드헌터로 그의 손에 들어온 사람들은 틀림없이 가장 멋진 자리에 올려놓고야 만다. 장신이 당연한 노르웨이 사람치고는 단신인 168센티미터의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아내가 있다. 그에게 있어서 아내는 정말 분에 넘치는 존재였다. 그는 그 보답을 하느라 정말 힘이 들지만, 아내를 위하는 일이라면 어떤 더러운 일도 할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트라우마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아이를 원하는 아내에게 고급 화랑을 선물하고 그 화랑의 운영 자금을 대어 준다. 값비싼 집과 차, 멋진 화랑은 그의 사회적 품격을 높여주지만,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유지하느라 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간다. 그리하여 최고의 헤드헌터인 그에게는 또다른 은밀한 직업이 있다. 그에게 직장을 의뢰하는 의뢰인들과의 면접에서 빼 낸 정보로 그림을 훔쳐 내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온다. 최고의 조건을 가진 클라스 그레베가 그다. 전직 유명 회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클라스에게 딱 안성맞춤인 좋은 자리가 있는데다 그에게는 루벤스의 명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클라스와의 만남은 그를 당황하게 한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던 의뢰인과의 면접에서 클라스는 로게르의 수를 미리 다 읽고 선공을 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클라스에게 어딘지 모를 미움을 느끼던 로게르는 그의 아파트에 그림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그 이유를 찾아낸다. 아내의 잃어버린 휴대폰을 그 침실에서 발견한 것이다.

  직업을 찾아주는 그림 사냥꾼 헤드헌터인 로게르와 로게르의 머리를 사냥하고 말겠다는 클라스의 헤드헌팅의 대결은 끝까지 그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들의 싸움은 온갖 책략과 두뇌의 대결이면서 처절하고 잔인하다. 아름다운 디아나와 순정한 여인이었던 로테의 배신은 로게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뛰어난 사냥꾼인 클라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를 함정으로 몰아가느라 로게르는 최후의 힘까지 끌어낸다. 그에게서 그런 깊은 힘을 끌어낸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그런 힘을 준 것일까? 아니면 생명에 대한 강한 집착이었을까?

 <밀레니엄> 이후에는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이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아쉬움을 요 네스뵈가 치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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