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2000년 처음 '해리 포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어린 시절 무협지와 로맨스에 빠져 지낸 적이 있었지만, 그 시절엔 그런 세계에선 졸업을 한 지 오래라고 스스로 생각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아이들이 해리의 마법에 빠져있을 때도 영화로만 보았을 뿐, 읽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 말고도 나의 관심과 사람을 받는 책들은 늘 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 빗자루를 타는 어린이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여인의 내밀한 고백이나, 중년에 접어든 암에 걸린 남자의 독백에 더욱 관심이 갔었다.

 점점 사는 게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고, 책 속의 삶이나 나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던 차에 '스타더스트'를 읽고 보면서 흥미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왜 전 세계의 아이들이 어서 해리와 그 친구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소설 <바람의 이름1>은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내게 열어준다. 마법이 가득하고 우울한 그 세상에서 음울한 비밀을 가진 웨이스톤 여관의 주인 코우트는 술병을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평화로운 시절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독거미 형상의 괴물이 은근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코우트는 예리한 눈을 가진 연대기 작가에게 숨겨온 정체를 들킨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위대한 노작가는 그에게 이야기를 청하고, 코우트는 3일간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된 그의 긴 이야기는 그가 크보스이던 시절로 되돌아 간다. 어떤 이에겐 영웅으로 어떤 사람에겐 악마로 불리우는 크보스는 예인의 아들이다. 뛰어난 두뇌와 능력을 가진 그는 너무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비극적으로 마감하고 거리에서 맨발로 동전을 구걸하는 신세가 된다.

 어쩌면 크보스가 사는 그 세계는 우리의 이 세계와 공존하는 지도 모르겠다. 11일인 1스팬이 4번 모여서 한 달이 되고, 44일의 1개월이 8번 모여서 1년이 되는 그 세상에서는 페니화와 탤런트화와 심화 따위의 돈들이 통용된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야외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자는 밤이면 류트로 아름다운 옛일을 전한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연극을 하면서 위대한 신을 섬기고 악마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사는 그 세상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서로 같은 궤도를 돌면서 영원히 만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춥고 더럽고 무서운 세상에 혼자 남은 크보스는 어떻게 삶을 헤쳐나갈 것인지 그에게 또 어떤 시련이 남은 것인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해리를 기다리는 이유가 이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