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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에린의 비밀 블로그
데니즈 베가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블로그[blog] :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웹 사이트. (네이버 백과사전)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갖고 있다. 대부분 하루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감상을 쓰기도 하고, 여행 후기를 근사한 사진과 함께 올리기도 한다. 나는 음식을 만들다가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블로그 이웃들을 방문하여 정보를 얻는다. 이웃들이 올린 글을 읽고 새 책을 주문하기도 하고, 새로운 신기한 상품을 사 보기도 한다. 다음 번 여행지를 계획하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 갈 일이 있을 때는 근처에 들러서 꼭 먹고 와야할 음식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주로 블로그에 새로 읽은 책이야기들을 올린다. 그러니, 사람이 제각각이듯이 그 사람만의 개성이 블로그에 그대로 들어있다. 블로그를 훑어보면 열심히 활동하는 블로거라면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바로 알 수 있다. 또 다른 자신의 집이라고 할까? 블로그 이웃들이 늘어갈 때마다 나의 정보의 바다도 깊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에린의 블로그는 조금 달랐다. 지금처럼 개인의 블로그가 웹상에서 활성화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IT강국이라서인지 아니면 이 책이 쓰여진 지 조금 시간이 지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정보화란 매우 급격히 발달하는 것이니 더욱 그렇겠지. 에린의 블로그는 CD에 기록이 된다. 에린은 친한 친구 질리에 대한 불만도 블로그에 털어놓고 밉상 세레나죽이기 페이지도 만든다. 첫 날 만난 귀염둥이 마크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고 자신 덕분에 끝장난 오빠의 아만다에 대한 아픈 마음도 털어놓는다. 게다가 날마다 베개에 키스 연습을 하는 것까지도...... 그러니 에린의 블로그는 일종의 비밀 일기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남들이 많이 많이 방문해 주기를 원하는 그런 블로그가 아니라.
이제 막 몰리브라운 중학교 1학년이 된 에린 페넬로페 스위프트는 앞으로의 생활이 떨리기도 하고 내심 설레기도 한다. 유치원때부터 붙어살다시피한 절친 질리와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에린이 입을 옷까지 다 골라주는 질리는 언제나 에린과 함께 하지만 가끔씩 에린은 어딘가 불공평하다는 생각과 질리가 제맘대로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질리가 없으면 밥도 못 먹고 옷도 잘 못 입을 것같은 에린을 세레나는 꼭두각시라고 놀리고, 에린은 입학 첫 날 친구의 코를 때리고 만다. 첫 날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리고 질리와 다른 반이 되어서 하루종일 만나지 못하지만, 에린은 몰리브라운 중학교에서 농구와 컴퓨터를 잘 하는 아이로 인정받고 멋진 친구들을 사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에 대해서 써 놓은 비밀이기 블로그가 어느날 작은 실수로 만천하에 공개가 되고 에린은 전교의 모든 학생들에게 놀림감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그녀가 몰래 흉본 내용때문에 좋아했던 친구들에게서 미움을 받고 만다. 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가 친구때문인 그 나이에 죽기보다 힘든 그 시간을 에린은 그러나 꿋꿋하게 이겨낸다.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제 겨우 열 두세 살 언저리인 에린이 비밀 블로그에 남기는 솔직한 글들과 그 아이의 중학 생활이 어찌나 귀엽고 귀엽던지 모른다. 친구와 함께 화장실에 가고, 친구와 함께 꼭 밥을 먹어야 하는 나이인 에린은 홀로 서는 법 그리고 다른 친구를 만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아이들은 현장체험이 예정되어 있으면 이미 출발하기 전부터 누구와 버스에서 앉을 것이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미리 정한다. 그럴 때 에린과 질리처럼 약속하지 않아도 꼭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근사한 것은 또 다른 친구를 만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지를 목격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에린의 그 내면의 단단한 힘은 가족들에게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들 가족의 서로 아끼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도 안다. 그들은 가족의 힘겨운 시간을 함께 해 줄 수 있고, 늘 변치않는 믿음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에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떠올렸다. 따뜻하고 단단한 깊은 마음과 열정이 많이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