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홈
황시운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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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 낯이 확 찌푸려진다. 거칠고 험한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뜻도 잘 모르는 욕설들도 큰소리로 떠든다. 남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을 하고 때로는 비웃으면서도 혹시 자기에게 작은 아픔이라도 생기면 과민하기가 이를 데 없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요즘 젊은애들은 버룻이 없다고 했다더니 어째 갈 수록 아이들을 대하는 게 불편해 지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긴 먹는 모양이다.

 만약에 이 소설 <컴백홈>을 요즘 아이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읽게 되면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주인공 유미와 지은이가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의 대화엔 욕설이 절반 이상이고  그들만의 은어와 비어가 난무하며, 그 대화 내용 역시 우리 시절의 눈으로 보면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이 소설을 이해하기에 유리한 학교라는 조건)에서 보면 이 소설의 현상은 실제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어린시절부터 뚱뚱해서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라고 불리는 유미는 늘 먹는 것때문에 고민이다. 게다가 고등학교 들어온 뒤로는 학년짱인 지은이 패거리들에게 나흘들이로 얻어맞고 돈을 만들어다 바치느라 인생이 너무도 고달프다. 엄마는 유미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등짝을 쳐대고, 아빠는 유미에게 관심이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그 고통을 당해도 누구에게 말할 수조차 없다. 지은이와 학교에서는 안면을 까고(애들 표현대로) 때리는 대로 얻어맞고 저녁에는 한 방에서 잡소릴 하면 뒹구는 이런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유미는 지은을 원망하려 하지 않는다. 평생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면 살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유미는 지은이의 그런 행동이 자기탓일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래도 언젠가는 태지오빠와 함께 저 빛나는 달의 뒤로 날아갈 것이라는 유미의 비밀스런 소망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맞고, 돈 뺏기고, 무지막지하게 먹고, 잠만 자면서 스스로를 학대하던 유미에게 어느 날 지은은 한 마디 말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자신의 모든 것이 지은과 연결되어 있었던 유미는 졸지에 어찌할 줄 몰라 당황을 하고, 유미를 찾아내라는 패거리들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요즘 아이들은 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말로 아이들을 정의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비록 천박한 말투와 행동으로 어른들을 실망시키고 이기적인 태도로 염증을 느끼게 하지만, 그들도 내면에는 고통과 실망과 불안을 안고 있는 하나의 여린 청춘이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 눈동자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안에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고민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 그리고 희미한 희망으로 가슴을 설레는 작은 아이를 볼 수 있다. 공부만이 아이들이 해야할 일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사회에서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쳤는 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태아가 뱃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살피면 이 우주에 우리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생겨나던 과정을 그대로 되풀이한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대로 인류 전체의 성장 단계를 밟아서 한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우주의 섭리인가 말이다. 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큰 소리로 욕하면서 친구를 부르는 저 아이도 위대한 하나의 우주라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서 힘차게 전진할 힘을 주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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