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헴펠 연대기
세라 S. 바이넘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헴펠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아이들은 7학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인 셈이다. 아, 중학교 1학년이란 나이가 주는 그 느낌을 교사가 아닌 다음에야 - 그것도 중학교 1학년을 가르쳐보지 않은 다음에는 - 절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천진하면서도 엉뚱한 불손함과 순수함이 혼재된 쑥스러운 표정의 남자아이가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과 새침한 표정으로 책을 읽어내리는 약간 상기한 여자 아이의 발그레한 뺨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아직은 아기같은 철없는 모습과 그럼에도 세상을 다 아는 듯 잘난 체 하는 나이의 그 아이들이 갖는 통통 튀는 활력과 활짝 열린 미래에 대한 희망이 교실을 밝게하곤 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녀처럼 나도 그런 아이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 세라 바이넘의 경험이 녹아있는 단편들을 모아놓은 이 책 <미스헴펠연대기>는 전부 8개의 단편들이 모여있다. 중학교 7학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그녀 비어트리스 헴펠의 일상과 꿈과 과거와 사랑, 그리고 우정이 이 소설들에 녹아있다. 소설들은 서로 잘 어우러져서 마치 한 편의 장편을 읽었을 때처럼 독자는 비어트리스 헴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녀에게는 캘빈이라는 동생이 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매기라는 여동생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매끄러운 팔과 다리를 가진 호씨 성을 쓰는 중국여인이며,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는 큰 불화가 있었으나 부부는 그런대로 생활을 영위해 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만족하지 못했던 베어트리스는 늘 학교를 떠나는 꿈을 꾼다. 때로는 큰 부상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임신과 결혼으로 그 길을 찾으려하기도 했지만, 비어트리스 헴펠 선생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가진 재능을 아꼈다. 그녀는 아이들과의 바닷가 피크닉에서 그들의 세상에 동화하고, 함께 했던 수업의 내용들이 아이들이 자라서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결코 길지도 않지만,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세월동안 학교만 다녔던(그 중의 반은 학생으로 나머지는 선생으로) 나로서는 이 소설의 배경이 학교라는 점에서 일단 친근감을 느꼈다. 아무리 나라와 문화가 다르더라도 학교는 학교니 말이다. 아이들의 엉뚱함과 때로는 전쟁과도 같은 수업 시간, 짜릿한 휴식 시간의 소란함까지도 어쩌면 그리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학교와 교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원형적인 체험을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참말이다. 또 헴펠 선생네의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갖가지 사건들을 만날 수 있고 헴펠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문학은 보편적이고 개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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