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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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들었던 노래 중에 "내 인생의 나의 것" 이라면서 외치던 노래가 있었다.
 단 한번도 인생의 주인의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았던 때이고, 게다가 막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라서 그 말이 주는 충격은 나름 깊었다. 나는 부모의 자랑스런 딸이고, 동생의 언니였는데,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내것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 아닌가. 학교를 꼭 안 가도 되는 것이고, 공부를 꼭 잘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란다. 매일매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책이나 읽고 만화방에만 가도 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내 인생이 오로지 내 것일수 있다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우면서도 보람차고 그리고 부담스러운 것인가 말이다. 그 때의 그 혼란스럽고 미묘한 마음은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남는다.

 그런데 이 소설 <구경꾼들>에 나오는 우리의 주인공은 어쩐지 인생의 주인공 같지가 않았다. 어쩌면 이 소설조차 그가 주인공이 아닐 수 있다. 그의 아버지와 할머니, 증조 할머니와 할아버지, 큰 삼촌, 작은 삼촌과 고모와 어머니 그리고 외할머니가 주인공처럼 보인다. 소설 속의 그들은 한없이 얽히고  설켜서 그림으로라도 그려봐야 일목요연하게 보일 정도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면 소설 한 권은 족히 나올 것이라고 하지만, 참말로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에 가득하다. 한 사람 한 사람 그의 인생을 집요하게 따라간다면 각각의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소설 속의 그들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돈지간인데도 함께 여행을 가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심지어 한 집에 살기도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식사 시간의 친밀함과 서로에 대한 무심한 관심들은 이렇게 사는 것도 참 근사하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들이 살았던 집의 기억들과 나무의 기억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한없는 방랑속의 사람들 역시 이 소설의 사랑스런 주인들이고 그들 인생의 주인이란다.

 세상 사는 것이 답답하고 너무나 천편일률이어서 지겨울 때 이 책 한 번 들여다 보자. 이들의 다채롭고 대단한 그러나 조금은 평범하고 지겨운 삶들의 나열을 보면서 우리 역시 우리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그들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고 또 구경꾼인 것처럼 우리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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