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주고 사면 되는 책을 사냥한다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엔 사냥해야 하는 책도 있는 모양이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절에는 책과 그것에 관계된 삶을 사는 이들이 고통에 처한다. 그들의 세상에서 책은 더이상 우리가 아는 그런 책들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책은 책을 위하여 전재산을 내어놓을 수 있고, 혹은 죽을 수도 있으며 또는 책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책의 표지를 얼핏 보았을 땐 모자를 쓴 단정한 여인이 책 속에 눈을 두고 있는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여인의 턱에 수염이 삐죽삐죽 자라고 있음이 보인다. 그는 여인이 아니다. 그는 변장한 책사냥꾼인 것이다. 책사냥꾼인 그들은 책을 찾아다닌다. 그들이 찾는 책은 단 한 권이다. 그러나 그 책을 본 이는 아무도 없고 오로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한다. 수많은 책들이 <세계의 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내서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현혹한다. 그러니 이 책은 세상에는 없는 책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반디는 반딧불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는 책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설적인 존재인 책사냥꾼이다. 반디는 검은 목적으로 책을 사냥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 말을 더듬던 그는 책과 함께 하면서 삶의 평온과 안정을 찾았고 그와 책은 하나나 마찬가지였다. 어린시절 자신을 꿈꾸게 한 한 구절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다."(본문 22쪽) 를 떠올리며 그 구절로 시작되는 책을 찾고자하던 헌책방 반디는 어느날 책사냥꾼의 중앙인 미도당으로부터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리고 이어서 그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반디를 오히려 쫓기게 만든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이어지는 책들을 찾아 다니던 반디는 드디어 비밀의 열쇠를 풀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것은 텅 빈 방과 작은 책상 뿐이다. 수많았던 책들도, 사랑했던 친구와 여인도 모두 떠나고 그는 홀로 남아 자신의 일을 적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문장으로도 시작하기에 어려운 이야기였다. 누구의 삶이라고 쉬운 말로 쓸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반디의 삶은 우리 모두의 삶이기도 하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책들에 대한 소개이다. 그 책들은 실제 있는 책일 수도 있고, 가공의 책이기도 하다. 소설이라는 것이 개연성이 있는 허구라고 할 때, 이 작가의 역량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너무도 생생하여 실제 현실같지만, 어쩌면 이들의 세상은 두 개의 달이 뜨는 곳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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