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
함길수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지금 여기를 떠나서 낯선 곳에서 나를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인류 공통의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삶이 너무 비루하고 너절하여 자신이 초라해서 그렇다. 또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너무 무거워서도 언젠가 이 짐을 내려놓고 자신만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 곳으로의 벗어남을 꿈꾼다. 그 곳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살듯이 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밤이면 투명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찬란한 아침이면 맑은 공기 너머로 보이는 나무와 깊은 향의 차 한잔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바쁘게 찾아가야 하는 곳도 없을 것이고, 때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오늘 저녁엔 또 뭘 먹을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지금 저 사람과의 껄끄러운 관계때문에 내일 출근이 부담스럽지도 않을 것이다.

 그 곳에 가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은 지금 여기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끝나야 한다는 것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쳐서 돈도 벌어야하고, 대출금도 갚아야한다. 또, 아이들도 어서 자라서 한 사람의 어른 구실을 해야한다. 이런 것들만 다 마치면 나는 그 곳으로 갈 것이다. 집도 팔고, 회사도 그만 두고 그리고 가지고 있는 책들도 처리하고, 또......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서 떠나 그 곳으로 가지 못하는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무거워서일 것이다. 나를 묶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누가 내게 준 짐일까?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또한 잘 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나라, 가난하고도 아름다운 그 나라들을 찾아가면서 저자는 마음의 행복을 진심으로 느낀다. 그는 '나를 만나러' 그 먼 곳으로 간다고 한다. 그 역시도 나처럼 이 곳에서는 스스로를 만나기 어려운 모양이다. 나도 히말라야의 흰 봉우리를 만나면 나를 볼 수 있을까?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세러모니'를 하면 어떨까? 알몸으로 낯선 이를 만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하롱베이의 맑고도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 풋풋한 인사를 나눈다면 이 무거운 것들이 내려놓아질까? 더러운 쓰레기장에서도 맑은 노래를 하는 사람들과 흙으로 지어진 교실에 낡은 책상을 들이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행복이란 많은 것을 가져서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쉽사리 그것들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집트와 수단, 라오스와 캄보디아, 인도와 네팔, 짐바브웨와 에티오피아, 케냐와 탄자니아, 보츠와나와 케냐는 그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곳들이다. 결코 화려한 아름다움과 호사스런 건물이 있는 곳이 아님에도 이 책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크게 웃고 있다. 이 사진들이 나의 의문에 대답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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