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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이토 다카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정신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기억이 난 것은 이 달이 지나기 전에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서른이 되기 전에 꼭 결혼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미 반지까지 준비해 두었건만, 스케이트장 의무실에서 깨어난 뒤로 그 몇 시간의 기억이 도무지 살아나질 않는다. "스케이트장엔 왜 간 걸까?", "도대체 누구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었을까?" 사귀는 세 명의 여자 중 한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을 텐데...... 결국 주말 사이에 세 명의 여자를 모두 만나보지만, 처음에는 이 여자였나 싶다가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들과 불화가 일어나고 만다.
주인공 데루는 스물 아홉살, 게임 개발 회사에 다니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여자가 세 명이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 팔자 좋은 남자겠지만, 실은 데루는 외롭다. 아마도 첫사랑 에미리로부터 받은 상처때문일 것이다. 서른이 되면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그녀에게 버림을 받은 뒤로 꼭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그녀들은 하나같이 데루를 속이거나, 데루와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한다. 결국 소울메이트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데루는 그 세명 중 한 여자와 기어이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런 데루에게 찾아 온 시련은 단기 기억 상실증이다. 세 명 중 한 여자에게 프러포즈하기로 한 것 같은데, 그 대상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방황하는 데루 앞에 나타난 한 소녀 에미는 그의 내면을 이해하고 함께 아파한다. 중학생 정도의 어린 여자인 에미에게 자꾸만 빠져드는 데루는 스스로를 다잡아 보지만, 에미는 그의 모든 것을 흔든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다들 재미있어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읽어갈 수록 뭐 이런 어린애가 있나 싶게 한심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루의 정신 연령은 딱 에미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보다는 자신의 감정에만 오로지 충실한 덩치만 큰 어린애인 데루는 정작 어린 에미에게서 뼈아픈 진실을 듣고 만다. 그는 첫사랑 에미리에게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에미리와 헤어진 이유가 철부지 같기만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때문인데도 그는 여전히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유아적인 발상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 내용과 방향은 생각과는 달라서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기에는 좀 어색했다. 아무리 비슷하다고 해도 아직은 일본의 모든 문화와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는 나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딘지 난잡하다는 느낌과 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생활 태도는 그들과 우리의 다름을 확인시키는 하나의 계기 정도로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