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설미현(미스트랄) 지음 / 베가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몇 달 전 일이다.
  환상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표지와 감성적인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 '가슴에 숲을 품은 자유로운 영혼의 에세이'라는 부제는 한 깊이있는 이의 사색이 담긴 글모음일 것을 잠작하게 했다. 넘긴 표지의 날개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난향을 맡으며 그윽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이 있고, 휘황한 이력의 작가 소개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살짝 심사가 꼬이기 시작했다면 나는 분명 속좁은 어른이다. 그의 화려한 이력에 왜 나는 심통이 나는 것일까? 숲을 사랑하는 이라면 이런 것은 살그머니 뒤에 놓아도 글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나의 편견이었으면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자랑거리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식 사고방식인 것일까?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유명하다는 그의 수필들을 한데 모아놓은 이 책은 넉넉한 편집으로 보기에 쉬웠고 장정이 깔끔했다. 그러나, 미국과 인도네시아와 서울과 수원을 넘나드는 그의 삶의 궤적들은 마치 나와는 먼 이야기인듯 낯설었다. 그러한 삶을 구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동경을 키우기만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없이 가볍기만한 요즘 젊은 아이들과는 달리, 삶과 타인과 자연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 고요한 산방에서의 며칠을 영혼을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줄 아는 그의 글들은 아마도 그의 성품을 닮은듯 차분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숲을 찾아서 애기 노루를 놀라게 할까봐 가만히 사진을 찍을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나이를 막론하고도 다른 사람의 내면의 깊이를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 예의를 갖출줄 아는 사람이었다.

 살짝 꼬였던 나의 속좁은 심사는 그의 성실하고 차분한 글에서 작은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블로그의 글들을 책으로 묶다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겠으나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는 구성은 읽는 이에 대한 작은 배려를 아쉽게 했고, 자신의 지나온 연애사에 대한 좀 과하다 싶은 배치는 역시 젊은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그에게 축복을 세상을 좀 더 산 사람으로 축복을 보내고 싶다. 그의 깊은 마음과 긍정적인 시선이 언제나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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