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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의 길
소지섭 글.사진 / 살림 / 2010년 8월
평점 :
처음에 이 책의 제목과 책 소개를 보았을 때, 배우 소지섭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될 줄로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보니 배우 소지섭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결론은 참 아름다운 사진이라는 것이다. DMZ라는 쉽게 보기 힘든 배경도 근사했고, 스타일 좋은 멋진 배우의 사진이니 오죽할까 싶겠지만, 함께 사진을 찍은다른 사람들의 흔한 외모도 멋지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사진 솜씨가 참 보통이 아니다 싶고 그 안에 담긴 마음조차 느껴지는 듯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들고, 또 지명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요즘 추세에 오로지 작품으로만 자신을 말하고자 하는 그의 신중하고 무게있는 태도가 참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달변도 아니고 낯가림도 심하다고 본인도 말하지만,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들 나서기 좋아하는 것은 아닐테니 억지로라도 하면 못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그런 행보는 어느 정도는 본인의 선택이 아닐까 팬으로서 바람을 가져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책에 더욱 관심이 갔다. 처음엔 본인의 사진이 실린 줄 알았으므로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내면의 소리도 사진을 통하여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중간 중간에 아마도 그가 찍은 것으로 추측되는(소지섭이 등장하지 않은) 사진들이 몇 컷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포기, 이슬을 머금은 나리꽃, 물방울로 가득한 유리창, 들판의 솟대와 자욱한 안개를 배경으로 한 먼 그 곳, 그리고 선 채로 바람을 맞으며 스케치를 하는 노(老) 만화가까지 그의 사진들은 차분하고 또 단정하고 그리고 외로웠다. 아마도 그것이 그를 표현하는 말이 되어줄 수 있을까? 사진마다 붙어있는 몇 줄의 짧은 이야기들이 그런 생각을 더욱 짙게 한다.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 소통에 대한 어색함, 새로움에 대한 낯가림등이 그대로 사진 속 표정에 드러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진하게 웃는 모습에서 그의 내면에 아직도 살아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에서도 이렇듯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알았다.
비 오는 오늘같은 저녁,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