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31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 '시간의 경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아슬아슬한 벼랑의 끝에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정없이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과 헐렁한 스커트 자락을 날리면서 망연히 아득한 저 건너를 바라보는 그녀는 쓸쓸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 소설의 원제는 <Woman on the Edge of time> 로 경계 보다는 가장자리라는 느낌이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코니가 선택해야하는 미래의 두 모습의 경계를 칭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코니는  그녀가 사는 세상에서는 낙오자라 불릴 만 했다. 그녀는 백인도 아닌 멕시코계의 가난한 여자다. 가족들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그녀는 제대로된 결혼 생활도 얼마하지 못했고 나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 정신이 나가서 아이를 학대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그녀에게 아이를 빼앗아 갔고, 생활보호 대상자로 근근히 사는 코니는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처지에 이른다. 그러던 그녀에게 어느 날인가부터 나타나는 이상한 사람은 자기를 루시엔테라고 하면서 미래에서 왔다고 한다. 코니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수용력이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면서, 코니를 미래의 세계로 데려간다. 코니가 찾아 간 미래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지금 우리가 망쳐놓은 자연을 복원하려고 애쓰면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동으로 아이를 기르고, 공동으로 취사하고 함께 일한다. 코니는 미래의 세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위로를 받는다. 서로를 아끼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담배와 소라진에 찌들은 자신의 삶, 그리고 자신에게 인체 실험을 하려고 드는 의료진들에게 적개심을 키운다. 어느 날 예상과 달리 루시엔테가 사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미래에 도착한 코니는 여성이 상품화되어 있는 기계적이고 끔찍한 미래를 발견한다. 모두가 코드화되어 있는 그 곳의 모습은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만나는 세계와 비슷했다. 미래의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런 끔찍한 미래를 남겨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코니는 이 세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낸다.

  공동 육아, 공동 생산 그리고 모두의 회의로 이루어지는 각종 정책들과 결혼과 성별로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성생활, 이런 것들은 어쩌면 작가가 바라는 이상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작가가 이 소설을 창작한 시기와 지금은 시간적 격차가 있으나, 아직도 여성들은 남성들보다는 많은 책임을 떠안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마지 피어시가 말하는 그런 세상이 언제쯤 올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하고, 함께 먹고 마시며 요리와 육아가 의무가 아닌 기쁨이 되는 선택의 대상이 되는 그런 날을 나의 딸에게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내가 찾은 오타

1권 279쪽 18째줄 래빗 -> 잭래빗

1권 295쪽 24 째줄 다시 기 ->다시 끄기

2권 197쪽 16째줄  공회당은 홀리 볼 때의 -> 공회당은 홀리를 볼 때의

2권 199쪽 18째줄  멋진 홀리참 많이 - > 멋진 홀리를 참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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