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여자 혼자 댕기면 무섭지 않소?", "남편이 보내 줍디까?' 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아니요"와 "그럼요"라고 한다.
  '도보여행가'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기자가 쓴 이 책 <남도 섬길 여행>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갖게된 심정은 부러움이 확실하다. 아마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세상에 며칠 씩 집 걱정 안하고(여기서 집 걱정은 밥, 청소, 남편, 애들 등등에 대한 걱정), 또 직장 걱정도 안 하고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 걷다가 지치면 쉬고, 배고프면 밥 사먹고, 좋은 경치가 나오면 사진 찍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낼 자유를 가질 수 있다니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일까 말이다.

  작가는 진도 여행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진도가 이렇게 큰 섬인지 몰랐다. 게다가 진도의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가면 또 더 작은 섬 조도에까지 다녀왔단다. 우선 진도의 '운림산방' 사진을 보면서 영화 <스캔들>의 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토록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곳임에도 영화에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양반들의 놀이터로 표현될 수 있다니,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는 게 참 무섭구나 싶었다. 진도에 간다면 꼭 이곳에 들르리라 다짐했다. 아침 일찍이거나 혹은 해질녘에 들러서 연못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는 혼자서 진도를 걸어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신세를 지기도 한다. 결국 여행이란 그 곳에 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완성되는 것인가 보다. 두 차례에 걸친 진도 여행동안 작가는 강아지 얘기를 두 번 한다. 한 번은 "진도의 개는 다 진돗개다."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진리와 유기견 깜순이와의 만남이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따라걷던 임신한 유기견 깜순이(작가가 지어준 이름이란다.)는 아마도 육지에 살던 주인이 데려와 버리고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들이 참 냉정하다. 그 강아지 역시 데리고 살 때는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 했을 게 아닌가 말이다. 자기의 사정이 변했다고 그렇게 다 쓰고 난 소용없는 물건처럼 버리다니...... 작가는 이 강아지에게 새 주인을 찾아준다. 얼마나 다행인지.

  소록도와 거금도, 그리고 거문도까지 여행을 하고 느리게 사는 마을 청산도, 그리고 보길도와 보길도의 부속처럼 취급받는 노화도에 이르기까지 작가가의 발길은 이어진다. 각각의 섬이 다 제각각 아름다움과 정취를 뽐내고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을 품는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이미 노인들이고 아이들은 점점 사라져 작가의 발길이 닿는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폐교된 상태이다. 60대 할머니들이 젊은이 축에 드는 마을들, 그 마을에 들어간 작가는 할머니들을 아줌마로 칭하고 엄마라 부르면 그들의 삶에 자신을 녹인다.

  언젠가 나도 가리라 생각면서 여기저기 책을 접어두고 메모를 하기도 했다. 차를 타고 가는 여행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걷는 것은 좋아하니 한 번 해 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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