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처음 들은 사람이라면 묘한 상상을 할 지도 모른다. '가출 소녀'에 '동거'라는 단어가 조합되니 말이다.

  이 책을 쓴 '먹물'이라는 필명을 쓰는 이는 나름 먹물깨나 들었던 모양이다. 그 자신이 이미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남들 다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사는 법을 찾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취직하고 월급받고 야근하고 주말이면 잠자는 그런 우리들의 일반적인 방향이 아닌 스스로를 잃지 않는 다른 방법 말이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부분인 청소년 문제를 그냥 모른체하고 넘기지 않았다. 우연히 밤길에서 만난 가출 소녀들에게 밥을 사주고 자기집에 데려가서 재우면서 시작된 그들과의 동거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그들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모든 과정을 글로 정리했다.

  사실 우리 어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심하게 요즘 아이들은 망가져 있는 경우가 있다. 과열된 성적 경쟁으로 공부가 최우선인 것과는 또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선과 악에 대한 판단 기준이 보편적인 기준과 다르기도 하고, 인격적인 흠결을 보이는 아이도 많다. 또한 모든 것을 돈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사실이다. 인성이라든가, 도덕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교과목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어른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참말로 미안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 아이들에게 자연과 노는 법, 친구를 사귀는 법, 어른들께 인사하는 법, 남을 배려하는 것의 중요함 따위를 우리 어른들이 가르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출소녀들의 속사정도 어른들의 문제다. 부부가 헤어지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아이들이 갈 데가 없어지다니, 예전에는 아이때문에 참고 산다든가, 헤어지더라도 서로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을 품어줄 가족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고, 물건과 돈을 훔치고,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몸을 매개로 돈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은 치장하고 먹고 노는데 다 써버린다. 누구 한 사람 무엇하나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그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간 필자의 용기가 대단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소녀들이고 필자는 남자이니 누구라도 알게되면 색안경 끼고 볼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는 아이들을 자기의 기준대로 이끌려 하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이미 그런 차원을 벗어난 상태였다. 담배를 그만 피우게 하려고 담배를 살 돈이 없다고 하면 나가서 담배를 구해와서 필자에게 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필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의 작은 것들을 배우는 것 같았다. 침 뱉는 버릇, 쓰고 난 수건을 함부로 바닥에 던지는 버릇 등 일상의 사소하지만 눈에는 더 크게 보이는 악습관들을 지적하고 공동 생활의 예절들을 하나씩 가르치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는 청소를 한다던가, 먹고 난 그릇을 치우는 일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문제아라 부르는 그 아이들은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소한 습관이 결국엔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학업뿐 아니라 일상의 작은 생활 습관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가출 소녀들을 바꾸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보여주는 이 글이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게 참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게하면서도 한편으로 피어오르는 작은 희망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우리들이 외면하지 않고 바라봐 줄 때 저 어두운 골목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72쪽 12째줄 힘듬 -> 힘듦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