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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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금세 읽힐 것으로 생각했다. 책의 무게는 제법 묵직했지만, 많은 사진과 짧은 글들이 보기에 수월해 보였기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려서야 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마치 생각없이 가벼이 떠난 여행이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려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사진도 아름답고, 짧은 글들이지만 여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자신의 느낌에 충실한 글들이어서 그랬을 수 있다. 일본에 살던 사람이어서인지 작가가 다닌 곳들은 사진에서 많이 본 유명한 곳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긴 시간 공들여서 곳곳을 깊이있게 살피려 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사진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작은 우체통 하나에 많은 생각을 담기도 해서 함께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어 주어서 빨리 읽기에 어려웠는 지도 모른다.

 빈티지 감성 여행 에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작가는 낡은 것들을 찾아 다닌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의 서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빈티지 물건들이 가득한 샵에서 커피를 마신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미술관을 만나 유명 화가의 진품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고, 길 위의 보도블럭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테마가 없이 이어지는 글들은 그저 한밤의 빗속에 느낀 감수성 충만한 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사랑인가, 아니면 일본의 빈티지인가. 그가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길 원하는가 답을 찾기 어려웠다. 

 아마도 이 책을 그리 어렵게 읽은 이유가 그것인가 싶다. 게다가 책의 중간에 여러 장에 걸쳐 들어간 자신의 사진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 작가의 미니 홈페이지를 보는 듯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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