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447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삽시간(?)에 다 읽어버렸다.

  마치 예전 학창 시절 *** 로맨스 소설을 읽던 기분이라고나 할까?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 때의 소설들에서 아름답고 순수하며 어린 여자를 구원하는 것은 돈 많고 매려적이며 무뚝뚝한 그리고 꼭 옆에 화려한 여자가 붙어있는 남자였는데, 요즘 가끔 읽게 되는 칙릿들에서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구원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애나는 청운의 꿈을 품고 맨해튼의 한 사립학교 영어교사가 된다. 멋진 수업으로 아이들과의 열광적인 교감을 꿈꾸는 그녀에게 닥친 현실은 비참할 정도로 작고 초라한 낡은 아파트와 15명의 악마같은 아이들, 그리고 오로지 자기 아이를 칭찬만 하길 원하는 엄마들이었다. 애나가 힘써 준비한 수업은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외면을 받고 학교 당국에게서 주의까지 받는다. 게다가 자신이 내준 숙제를 옆반 선생인 랜디가 해 주는 것까지 목격한 애나의 충격은 걷잡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랜디가 바로 벤저민의 과외선생이었던 것이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교사의 길,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과 교육적 소신의 좌절은 그녀를 점차 유혹의 길로 빠지게 한다.

  애나가 좌충우돌 겪는 문화적 충격과 상류 사회의 풍경은 그 동안 익히 보아 온 <내니 다이어리>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 했다. 가장 부자들만 산다는 뉴욕의 상류층에서는 아이를 그렇게 기르는구나 싶었다. 숙제를 대신 해 주는 과외 선생이 있다니, 그것도 현직 교사가 과외 선생 노릇을 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지만, 공부하기 싫은 아이도 좋은 대학 가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주구장창 책만 파는 우리 나라 아이들이 잠시 가엾기까지 했다.

  주인공 애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처럼 수많은 명품과 아름다운 물건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을 한다. 그러나 원래의 자기 모습이나 가치관, 혹은 젊은 시절의 꿈까지도 잃어버린 채 허우적대던 그녀는 어느 순간의 깨달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찰나의 아름다운 깨달음은 그녀의 삶을 재조명한다. 결말 부분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거의 비슷하기까지 하다.

  물질 만능의 세대인 요즘,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 청춘들 사이에서 이 책은 그나마 우리의 미래가 암흑만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약간이나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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