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얼마나 좁은 지를 알게 하는 실험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는 사람 만을 통해서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물건을 전하는 그 게임은 미국같은 큰 나라에서도 단지 여섯 명을 거치면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시애틀에 사는 누군가가 마이애미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내는데, 인편으로 여섯 명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네 명이면 가능하단다. 내 생각엔 특히 내가 사는 지방도시 같은 경우는 두 사람만 건너면 가능할 듯 싶다. 대부분이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 혹은 친척의 친구, 혹은 학교 선배, 또는 동네 친구이니 말이다.

 미국같은 큰 나라에서는 신분을 새로 만들고 다시 태어나는 일이 가능한 줄 알았다. 예전에도 영화나 소설을 보면 전혀 다른 먼 주로 가서 새 이름을 쓰면서 낯선 삶을 사는 경우가 흔히 나왔으니 말이다. 어느 소설에서는 가족과 함께 해변으로 바캉스를 왔던 한 주부가 여름 원피스에 슬리퍼를 신은 채 걸어가서 다른 도시에서 아주 단조로운 삶을 산다는 얘가를 다루기도 했었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것도 아니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자신만의 삶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벤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인해서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월 스트리트의 변호사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아들이 있다. 아내 베스는 소설가의 꿈을 좌절케 하고 교외의 중산층의 삶을 살게 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우울한 결혼 생활을 한다. 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돈을 잘 벌기 때문에 값비싼 카메라 장비로 스스로의 꿈을 위로하지만, 한번 틀어진 아내와의 사이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아내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아내의 모습은 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내의 부정을 눈치 챈 벤은 끝없는 괴로움에 몸부림치지만 그 일은 너무도 우연히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전되고 벤은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된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자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과 혹시나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벤은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어내면서 삶을 다시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다.

 누구든 삶에 조금이라도 지친 사람은 먼 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열망한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 지금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곳, 그런 곳은 어딜까?

 

'물질적 안정' 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본문 251쪽

 

내가 찾은 오탈자 348쪽 15줄의 웨이터 이름은 '캘빈',   22줄의 웨이터 이름은 '케빈'이다. 이후로도 '케빈'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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