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걷기여행 시리즈
제인 에깅턴.닉 오도넬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나의 장래희망은 김찬삼(아, 추억의 이름이여)같은 여행가가 되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책을 통해서 보게 되는 다른 나라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남의 말만 듣고 보았으니, 어떻게 맹목적으로 믿을 것인가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깜찍스럽게 세계와 사회 구조, 그리고 언론과 출판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비판적 어린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점점 자라면서 주변의 환경과 나의 여건은 그런 어린 포부를 실현시키기에 부적합했다. 일단 해외 여행이라는 것이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닌 세대였던 데다가  국가적으로 조금 자유로워지니 돈이 없고, 경제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기니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여행자의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비야님의 말마따나 여행을 잘 하려면 잘 먹고, 잘 짜고, 잘 싸야하는데 먹는 것도 보기와는 달리 은근히 가리는 편인데다가 낯선 자리에서 자는 것도 어려워하는 나는 진정 집순이 체질이었던 것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 그냥 휙 지나가는 여행은 하지 않으리라.' 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했던 핑계이다. 한 도시에서 한 달이고 열흘이고 지내면서 동네 골목골목을 다 다녀보고, 공원에서 햇볕도 쪼이고, 예쁜 가게마다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보리라. 사실 저마다 사정이라는 것이 있지만, 직장에 매이고 집에 붙들린 내 처지에 어디 가당키나 한 욕심이었을까 싶다. 그러니, 각종 여행 서적들로 대리만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마간산 격으로 유명 여행지만 훑고 오는 여행도 싫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면서 오래 지낼 자신도 없었다.

 그런 참에 이 책 <뉴욕 걷기 여행>은 참으로 마침맞은 책이다. 흔히들 세계의 수도라 부르는 뉴욕. 지난 날의 파리처럼 꼭 한 번은 가 보아야할 도시라고 한다. 패션의 도시, 예술의 도시, 그리고 사랑의 도시인 뉴욕을 이 책에서는 14개의 코스로 나누어서 안내하고 있다. 뮤지엄들이 늘어선 어퍼 이스트 사이드, 센트럴 파크 탐험, 쇼핑을 위한 메디슨 에버뉴와 5번 에버뉴, 브로드 웨이일대등 뉴욕의 아름답고 멋진 길들과 곳곳의 예쁜 가게들, 꼭 보아야하는 건물과 백화점들과 공원들을 꼭꼭 집어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또 리틀 이탈리아와 차이나 타운의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소호에서 뉴욕의 상류사회를 엿보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재회를 기약하게 한다. 맨해튼의 전체 지도에서 각각의 코스를 먼저 살펴 본 다음, 하나의 코스를 선택해서 구체적인 상세 지도와 블럭단위의 설명을 곁들여서 혼자라도 이 책만 있으면 맨해튼의 어디든 돌아다닐 자신이 생긴다.

  읽는 내내 뉴욕에 사는 뉴요커와 뉴욕의 한 복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혹시 아는가. 걷다가 다리가 아파서 들어간 카페 '센트럴 피크'에서 우리의 레이첼을 만날 수 있을 지.

 

오탈자 ; 62쪽 2번 설명 4째줄

              워홀이나 클림트 못지 않은 예술적 값어를  -> 워홀이나 클림트 못지 않은 예술적 값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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