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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웃음 연작 소설을 다 읽었다. 이 마지막 소설 <괴소소설>은 인간의 마음 속 은밀한 속삭임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괴이쩍은 웃음을 준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지만, 더욱 섬뜩한 것은 나의 생각이 다른사람에게 알려지는 일일 것이다. 그 묘한 상황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울적 전차>라는 소설에서 잘 드러내고 있다. 밤 8시가 조금 지난 시각, 도심에서 교외로 향하는 급행 열차 안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만원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가득한 수 많은 사람들은 제각각 생각을 한다. 요행히 자리 잡은 남자, 자리를 아깝게 놓치고 그 젊은 남자가 괘씸한 중년 남자, 노약자석에서 만화책을 무릎에 놓고 앞에 앉은 여자를 관찰하는 학생, 그 앞에서 굳이 자리를 양보받으려는 할머니, 임산부, 뚱뚱한 중년 여자, 회사원인 젊은 여자 등은 각기 마음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향하여 욕설을 퍼붓는다. 만약, 그 속마음이 갑자기 만화의 말풍선처럼 갑자기 드러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마음 속으로 타인의 흉을 보면서도 그 사람은 내게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대부분 장편으로 치밀한 짜임새와 개성있는 등장인물이 교묘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웃음 3부작을 읽으면서 한 편의 콩트와 같은 짧은 이야기에 담긴 촌철살인의 유머가 참 재밌다. 다른 소설들을 다 찾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