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도 엄마를 화두로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작년 2009년에 이어서 '엄마 신드롬'은 게속되는 듯하다. 부르고 불러도 다정한 그 이름. 누구에게나 따뜻한 쉼터터같은 그 이름은 또 그보다 더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왜 우리 엄마들은 다 그리 사셨을까 싶다. "나는 엄마처럼 안 살 거야."라고 외치던 그 딸들은 자라서야 엄마가 나에게 베풀었던 그 사랑을 안 따라하는 게 아니라 따라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된다.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는 존재, 그 빈자리는 아무도 채울 수 없으리만큼 크고 넓고 깊으며 남은 이들에게 충격과 고통과 괴로움을 던진다. 이 소설 속의 소년 데이브에게도 빈자리의 처절한 시련이 따른다. 아직은 이른 나이에 그는 부모를 모두 잃는다. 그의 부모는 사고로 동시에 세상을 뜬 것도 아니고 암으로 얼마 되지 않는 시간 차를 두고 네 아이 곁을 떠난 것이다. 데이브의 형인 빌은 이미 다 자란 어른이고 누나인 베스 역시도 그렇다. 데이브는 부모에게서 독립할 나이이긴 했지만, 그들에겐 어린 동생이 있었다. 부모가 세상을 버린 이후 데이브는 동생 토프와 함께 살아간다. 그들이 살던 도시는 시카고의 부유한 동네였지만, 결코 부자는 아니었다. 그들은 그 위선에 가득찬 동네를 떠나서 태양과 바다와 누나와 형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옮긴다. 그들 형제의 집은 결코 깨끗하거나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형제는 함께 바다를 즐기고 태양을 느끼고 일하고 공부한다. 일상의 삿롭거나 혹은 커다란 문제들은 늘 데이브를 힘들게 했지만, 그는 동생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서 늘 애를 쓴다. 제목 그대로 천재이지만 비틀거리는 데이브가 엄마의 그늘이 없는 이 거칠고 슬픈 세상에서 여리고 착한 아이인 동생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어쩐지 슬프고 슬펐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엄마없는 하늘 아래> 가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이름도 아득한 손창민과 강수연이 어린 남매로 출연해서 온 나라 아이들의 울음을 짜내던 그 영화를 이제는 몇 사람이나 기억할 지 모르지만, 부모의 그늘이란 이다지도 넓은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나 보다. 최근 들어서 이런 책들이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무심한 내게 경종을 울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