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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
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나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한 소년의 한바탕 수다를 듣고 난 느낌이 들 것이다. 처음부터 심상지 않게 시작한 이 소설은 소년 샘의 독백이다. 샘의 나이는 열 다섯, 엄마의 나이는 서른 둘이다. 나이 얘기에서 짐작이 가듯 그의 엄마는 열 여섯에 샘을 낳았다. 심지어 샘의 집안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을 해 본 사람이 거의 없다. 어려서부터 그 말을 듣고 자란 샘은 어린 나이에 아기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너무도 잘 알았다. 또한 자기가 본의 아니게 엄마의 인생을 망친거나 아닌지 불안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샘에게 아리따운 여자 친구 엘리시아가 생긴다. 그들은 너무도 둘만 아는 시간들을 보냈고 그리고 급격한 불길이 그렇듯 금세 사그러들었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있으니 바로 엘리시아가 임신을 한 것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자신이 없는 소식을 예감하며 샘은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지만, 실은 가장 솔직하고 성실하게 그의 할 일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우상 TH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샘의 솔직한 세계는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소년답고 신사다운 샘은 그의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를 담담하게 책임을 지고 이끌어 간다. 가끔씩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현실에서 그는 더 없이 착하고 성실한 소년이다. 아마도 거의 모든 소년들이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
역시나 닉 혼비다 싶다. 한바탕의 수다 속에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유머와 위트, 그리고 솔직한 감수성은 읽는 동안 내내 웃음을 잃지 않게 하고, 늘 우울하고 어두워 보이는 아이들의 세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도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