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5월의 일요일. 한강에 떠오른 남자. 그는 과연 누구일까? 그의 지문은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한 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재혼으로 이복 남매를 둔 아버지 김상호, 김상호 전처의 아이들을 키우는 옥영에게는 딸 유지가 있다. 김상호의 아들인 헤성은 유명 의대에 합격을 했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누나인 은성은 집을 얻어서 따로 산다. 그녀는 지나친 편식 습관과 남자에 대한 집착을 자신들을 두고 이혼한 부모 특히 아버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해서 이 소설을 가정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 본질의 문제를 다룬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던 이 집안에 한 가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한가로운 2월의 일요일이다. 그날 아이 유지는 바이올린 레슨이 있고, 옥영은 나갈 일이 있었다. 할 일 없는 혜성은 유지 선생님에게 레슨비를 전해주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누나의 사고로 집을 비우게 된다. 김상호는 일요일에 약속이 있었고 집에는 아이만 남았다. 그들에게 하루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김상호가 돌아온 밤 집안에는 유지도 혜성도 없었다. 유지가 사라졌다. 아이는 열한 살이고 혼자서 어디에 가서 자고 올 나이는 아니다. 말이 없고 친구도 없는 그 유지를 찾기 위해서 김상호, 옥영 그리고 혜성과 은성은 나름대로 고군분투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드러난다. 겉으로는 무난하게 보이는 그 사람들에게는 하나하나 다들 깊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김상호는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수 없다. 그의 일은 불법일 뿐 아니라 무서운 일이다. 옥영의 마음 깊은 곳에는 대만이 있다. 그 곳엔 자신의 젊음과 사랑과 밍밍이 있다. 혜성에게는 인생의 의욕이 없었고 은성은 그냥 막 살아왔다. 그들은 모두들 말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유지를 찾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한다. 상황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그렇게 시간도 같이 흐른다.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지켜가는 이것은 무엇일까? 어떤 한 가지가 이 삶에 던져질 때, 우리의 삶이 낱낱히 파헤쳐질 때 얼마나 남루한 본색이 드러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구나의 삶도 이것과 많이 다르지 않으리라.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아는 걸까?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우습게도 이 소설에서 옥영의 친정으로 설정된 지역의 이름이 나의 근무지와 주소가 비슷했다. 대전시 서구 갈마 2동이라니 얼마나 웃었던지......작가는 혹시 이 곳에 다녀간 걸까? 아니면 그의 외가라도 되는 걸까? 소설에서 설정한 대로 갈마 2동엔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물론 주차난도 심각하다고 한다. 읽으면서 어쩐지 쭈뼛한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