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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여행기에는 그 흔한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는 일본으로 베트남으로 캄보디아로 그리스로 또 어디로 우리를 데리고 떠나지만, 단 한 곳의 사진도 우리에게 전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그는 멋진 그림으로 사진을 대신한다. 오토바이를 타는 그, 딸과 아내의 뒷모습, 해변의 아줌마, 거대한 참치들을 사진보다 더 강렬하고 솔직하게 우리에게 보낸다. 나는 그 그림을 보면서 그가 보았을 해변과 도시와 토산품들과 거미 튀김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가 보냈을 따뜻하거나 시원하거나 혹은 덥거나 추웠을 여행을 상상한다.
만화가로 잘 알려진 그는 여행을 참말로 좋아한다. 그리고 여행가방 꾸리기도 좋아한다. 책의 첫머리에 서 그는 여행가방에 넣을 책을 고르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는 소설가형이 해 준 이야기를 인용한다. 그 소설가가 김영하라는 것은 내 짐작이다. 그런데 그 소설가가 한 이야기는 어쩜 그리도 내 생각과 똑같은지...... 여행갈 때는 재미없는 책을 골라서 간다는 말말이다. 읽어야하지만 잘 안 읽게되는 책을 여행지에 가져가면 읽을거리가 없어서 반드시 읽게된다. 재미있고 쉬운 책은 언제든지 읽을 수 있으니 독서에 있어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 곳에 미뤄둔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이 나의 비법인데, 이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가 다녔던 다양한 여행들의 경험을 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들과 더불어 풀어놓은 이 책은 작고 가벼워서 여행지에 가지고 좋긴 하지만, 그러기엔 조금 위험하다. 재미있어서 빨리 읽힐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보험으로 하나 더 들고 가야한다.
" 생각해 보면 여권과 비행기표를 빼고 나면 여행 가방 속에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언젠가 그런 것은 애당초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 땐 나도 정말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
본문 13쪽
이 세상의 모든 삶은 여행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애당초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