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내일을 꿈꾸는 소녀

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얼마전 트위터에 자신의 간단한 근황을 알리다가 많은 팬들의 엄청난 반응에, 그리고 자신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놀랍도록 확대 해석하는 언론에 깜짝 놀랐다는 그저 스무살의 김연아 선수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치 곁에서 함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느낌이었다.
 매 경기마다 멋진 연기와 기술 그리고 여유있는 태도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당당한 스케이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난 번 링크 밖에서 고독하게 자신의 경기를 준비하던 사진을 본 뒤로 그 가녀린 어깨에 걸린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훌륭한 선수 이전에 그저 작은 소녀일 뿐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깨달음을 이제야 갖게 되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아닌가, 잘할 때만 박수를 쳐 줄 것이 아니라 그가 실수를 하거나 부상으로 고통 받으며 좌절의 눈물을 흘릴 때 더욱 우리의 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스무 살이라는 김연아 선수의 이 책의 제목 <김연아의 7분 드라마>는 자신이 하는 경기의 두 프로그램 쇼트 프로그램 2분 50초와 프리 프로그램의 시간 4분 10초를 의미한다. 짧다면 짧기만 한 그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큰 무게이면서도 희망의 시간인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를 신은 그는 스케이트가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그리고 소질을 보이면서 선수의 길로 들어서고 수많은 좌절과 고통과 사춘기의 반항을 겪으며 지금까지 자라왔다. 때로는 그만 두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리고 행복과 희망으로 웃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화려한 음악과 의상과 멋진 연기는 짧게만 느껴지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수없이 얼음판에 넘어지고 부상으로 병원에서 불안에 떨었을 그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저 찬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의 노력과 눈물을 볼 수 있어야할 것이다. 어느 자리든 최고의 자리는 하나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많은 경쟁이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위한 노력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오늘의 김연아 선수가 있기까지 그의 노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좋다. 피겨가 멋지기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된다.
 전문 작가가 아니니만큼 가끔은 그저 경기에 임한 감상을 적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덜 자란 아이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모티콘이 자주 나와서 좀 아쉽기도 하지만 이 작은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그냥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저 동작 하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눈물이 보이는 듯 해서이다. 오늘은 지난 경기들을 찾아서 한번 보고 싶다. 어떤 마음과 노력으로 만들었는지 알고 보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