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눈높이가 가장 낮은 심리학자'라는 대니얼 고틀립이 잔잔하고 고요하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은 어느 따스한 오후, 오랜 세월을 겪은 어른과 차 한 잔 나누면서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느낌이다. 그는 대단히 학식이 높은 학자가 아니어도 좋다. 어쩌면 그는 그저 우리 주변의 평범한 노인이어도 무관하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의미가 있는 것은 그의 심리학자로서의 경력과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가 아니라, 어렵지만 행복한 인생을 살아온 한 노인이 젊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가르치려는 마음보다는 그저 소탈하게 털어놓는듯 보인다. 그는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서 사는 어려움도 털어놓고, 또 세상에 대해서 혹은 사람에 대해서 살면서 깨달은 지혜를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유머와 재치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게 만든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공감이 간다.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에게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이를 키우는 일인데, 자기몸도 가누기 힘들 때 그가 얼마나 어려운 시기를 보냈을 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그가 들려주는 충고는 그 시기를 겪어온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이어서 더욱 가치롭다.

 아이의 안에 들어있는 다이아몬드를 믿고 사랑하고, 그리고 먼 발치에서 사랑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가 겪었을 많은 시행착오를 떠올리면서 그의 주옥같은 언어들을 이렇게 받기만 하는 것이 죄송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언어가 될 수도 있었을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도 행복하다.

 

 그가 인용한 아래의 시는 어미된 자의 가슴을 후비고 또 어미된 자의 가슴에 행복을 스미게 했다. 나의 품에 잠든 아이들을 떠나보내야할 그 곳, 내가 꿈속에서조차 볼 수 없는 그 곳에 나의 아이들이 도달할 것을 알고 있다. 그 곳에 미소와 사랑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아마도 대니얼 고틀립 역시도 이런 소망을 갖고 있으리라.

 

그대의 아이들은 그대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열망하는 위대한 생명의 아들과 딸 들이다.

그들은 비록 너희를 통해 태어났지만 너희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너희와 함께 지낸다 해도 너희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까지 줄 순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을 수 없는, 꿈속에서도 닿지못할 내일의 집에.

 

   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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