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기 힘들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가 가고 있는 혹은 가려던 이 길이 과연 바른 길인지 혹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길이었는지 의심을 품는다. 몸이 아파서, 혹은 믿어 의심치 않던 어떤 대상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점검한다. 기회가 있고 시간이 있고 힘이 있을 때는 그저 앞으로 나가기에만 바쁜 것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생각지도 않을 채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리처드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 거래를 하는 리처드는 돈이 많다. 그는 집에서 일을 한다. 날마다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고 영양사가 만든 건강식을 먹는다. 가정부인 세실리아가 일을 하는 동안 그는 소음방지 헤드셋을 끼고 운동을 한다. 그는 자신의 삶에 의심을 한 적도 무엇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밤 커다란 통증이 찾아온다. 응급실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던 그는 우연히 따뜻한 노란 불빛에 끌려 앤힐의 도넛 가게게 들어서고 어딘지 모를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그가 믿어 의심지 않던 집이 의문의 구덩이에 의해서 위협을 받고 심지어 위험에 처한 말을 구하느라 윗집의 영화배우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조금씩 세상으로 나가는 리처드의 주위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식료품점에서 우연히 만난 울고 있던 신시아, 구덩이를 피해 임시로 옮긴 집 옆집에 사는 유명 작가 닉, 도넛 가게의 앤힐과 그의 아름다운 아내 리파, 신비스럽기만한 의사 루살디, 그리고 뉴욕에서부터 찾아 온 아들 벤과 조카 바스등이 평온하고 조용하고 무미건조하던 리처드의 삶을 흔들고 리처드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아간다.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리처드를 '선한 사마리아인'이라고 부른다.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기만 했던 그의 삶은 세상 사람들과 부딪치고 그들의 삶에 적극 개입하면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오지만 어쩐지 잘 돌아가는 리처드의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그를 돕는 리처드의 사람들은 어쩌면 천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정신없기만 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희망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맘껏 쏟아붓고 있다. 이 소설 속의 엉뚱하지만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수 많은 인물들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