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여러가지 구성 방식 중에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 정도 된다고 보아야겠다. 외화(外話)는 우리의 주인공 제이콥의 네덜란드 여행기다. 제이콥은 늘 소심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아버지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제이콥은 그 자신없는 기분에 '생쥐기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할머니 새라와 함께 산다. 자기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부모와 누나보다는 취미도 같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할머니와 사는 게 훨씬 더 행복한 십대 제이콥은 이번 네덜란드 여행에서 영 기분이 좋지 않다. 할머니 대신 심부름을 온 것이긴 하지만, 어쩐지 네덜란드의 할머니 친지들이 그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암스테르담 초행에 소매치기까지 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마지 않던 '안네'의 집에서는 어쩐지 그만의 '안네'가 모욕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너무 우울하다. 돈도 주소도 잃어버리고 비까지 쫄딱 맞은 그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네덜란드 할머니 '알마' 덕에 조금 마음이 풀린 제이콥은 알마의 도움으로 무사히 단을 만난다. 단은 네덜란드에서 제이콥을 초청한 할머니의 친지인 헤르트라위 할머니의 손자다. 그리고 소설의 다른 축인 내화(內話) 헤르트라위 할머니의 이야기가 중첩된다. 심각한 병에 걸려서 안락사를 택한 헤르트라위는 제이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길다면 긴 그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벌어졌던 영국군과 독일군의 전쟁터 아른헴에 살던 소녀 헤르트라위의 이야기다. 순진하고 행복하기만 하던 헤르트라위의 삶은 전쟁으로 인해서 순식간에 변해 버린다. 부모의 말씀에 순종하고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던 소녀는 어느새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굳센 여인으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헌신적으로 돌보던 영국군이 바로 제이콥의 할아버지 제이콥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낸 처절한 시간에는 그들만의 시간이 있었다. 할머니의 이야기와 단과 톤등의 네덜란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리고 사랑스런 소녀 힐레와의 만남, 또 사려깊은 알마와의 대화를 가지면서 제이콥은 그동안의 자신의 혼돈과 어린 모습에게 작별을 고한다. 제이콥에게 이번 네덜란드 여행은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성숙한 판단을 가진 어른으로 거듭나는 알껍질 깨기였던 셈이다. 2차 세계 대전 속의 이야기는 그동안 참으로 많이 다루어졌다. 전쟁 속에서의 사랑이라든가, 전쟁터에서 살아나는 어린이의 천진함과 우정 혹은 어른들의 인간애 또는 참혹한 삶을 견디어내는 인간의 의식의 성장을 다룬 소설은 많이 읽었다. 이 소설이 그것과는 다른 점이라면 그들의 경험이 또 새로운 세대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도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역사 속의 아픔이 후세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저 교훈만은 아닌 것이다. 아이들은 그들을 영웅으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에서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과거를 알고 그리고 화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