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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커피라면 나도 참 할 말 많은 사람 중의 하나다.
아직도 너무 많은 커피로 인해서 잠을 못 이루거나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의 커피 사랑은 그치지 않는다.
깔끔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차가운 겨울 아침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제 맛이다.
거품 잔뜩 올린 카푸치노는 햇살 충만한 창가의 너른 탁자도 좋다.
가끔은 아이와 함께 시끄럽지만 나름 화려한 커피 전문점의 좁은 탁자에서 마시는 캬라멜 마끼야또도 사랑한다.
아침 출근 직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 켜기도 아니고, 서랍에 핸드백 정리도 아니고, 무선 주전자의 전원을 켜는 일이다.
"쉭~~"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끓기 시작하면 기대로 잠깐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나의 오바일까?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우리 사무실은 전년도까지 사무실이 아닌 무슨 휴게소같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더러운 것은 말도 못할 뿐아니라, 일단 물을 끓일 주전자가 무선 전기 주전자가 아닌 전기 보온 포트라는 물건이었다. 물을 끓여 놓으면 꽤 오랜 시간동안 보온이 가능하지만 그 온도는 아기들 분유 타는 정도로 딱 적당하다. 또 물을 끓이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는 도대체 커피물이 뜨뜻하면 되지, 뭘 뜨거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했다. 이런 이런......뜨뜻이라니...... 커피란 자고로 팔팔 끓인 물로 마셔야한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커피는 나만의 조제법으로 조제한다. 시중의 믹스는 아주 급할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사용도구 역시 전용 스푼과 머그잔이다. 분량과 비율을 정확히 맞추고 팔팔 끓는 물을 조로록 따를 때의 행복은 다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낀다.
이 정도의 커피 사랑이라면 이 책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를 읽고 싶은 이유는 충분히 되려니 하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책은 전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설렘, 끌림, 추억, 사랑이라는 챕터의 제목은 roasting, grinding, drip, with coffee라는 커피의 탄생 과정을 또 다른 제목으로 삼았다. 각 챕터마다 브라운 아이즈의 윤건과 인터넷 유명인 현경의 커피와 얽힌 사랑의 추억들이 빼곡하다. 하나의 꼭지마다 그 글과 어울리는 음악을 작은 글씨로 소개하고 있어서 (너무 구석에 작게 표시되어 있어서 처음엔 몰랐다.) 그 음악과 그 꼭지의 커피와 함께 글을 읽으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윤건의 '뜻밖의 고백'이라는 꼭지는 Marc Anthony의 'I Need You'를 틀고 모카커피를 마시며 읽는 식이다. 단지 약간의 어려움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스물네 곡의 음악을 찾는 일과 스물네 가지의 커피를 만드는 일 정도랄까? 또 하나의 재미는 각 꼭지마다 끝에 소개한 상현의 커피 사랑말과 커피 만드는 팁과 에피소드 읽기였다. 요리하는 철학자라는 소개답게 그의 글에는 유머와 위트가 넘쳤으며 그의 커피 만드는 방식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아보였으나 어딘지 그윽한 풍미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정 아름답고 훌륭한 요리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어렵지 않게 만들지만 깊은 맛이 나는 요리인 것처럼 말이다.
과연 커피는 사랑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
커피와 사랑은 하나라고? 아니면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랑에 둔해졌을 지라도 함께한 한 잔의 커피향은 기억할 것이라고? 혹은 이 커피가 사랑을 부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