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나라에서
히샴 마타르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참으로 슬프고 가슴 아프다. 읽는 내내 어린 주인공 술레이만의 아픔이 내게 전해져서 그야말로 "짠한 심정이었다." 남자들에 의한 남자들을 위한 남자들의 세계인 리비아에서 다른 형제도 없이 아름다운 마마와 사는 술레이만의 아버지는 부유한 사업가이다. 수입업을 하는 바바는 자주 집을 비우고 그 때마다 남자인 술레이만에게 마마를 잘 돌봐드리라는 말을 한다. 바바가 없을 때 마마는 늘 아팠다. 마마는 늘 냄새나는 약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스물세 살의 남자와 폭력적인 결혼을 해야했던 슬픈 이야기를 술레이만의 귀에 속삭인다. 술레이만은 마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슴 아파한다. 그의 꿈은 늘 마마가 열네 살이던 때로 돌아가서 마마를 구해내는 내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살던 바바의 친한 친구인 라시드가 혁명위원회에 잡혀간다. 술레이만의 가장 친한 친구인 카림의 아버지인 라시드는 대학 교수였는데, 아들에 대한 큰 사랑을 표현하는 다정하고 얌전한 사람이었다. 그 후로 술레이만의 가정에도 불안함이 찾아온다. 카림의 아버지를 잡아갔던 사람들이 술레이만의 집에도 들이닥치고 마마와 무사는 바바의 책들을 불태운다. 바바가 책을 몹시 사랑하는 것을 알고있는 술레이만은 화가 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슬그머니 매트리스 밑에 감춘다. 연락이 두절된 바바, 감시당하는 집, 친구들과의 싸움, 친구인 카림에 대한 죄책감과 마마의 불안정한 행동등으로 혼란스러운 술레이만은 모든 것이 짜증스럽기만하다. 그리고 어느 날 돌아온 바바는 몸을 감추고 술레이만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술레이만을 어린애 취급하면서 거짓말만 늘어놓는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작가인 히샴 마티르의 회고록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술레이만의 삶의 궤적이 작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의 아버지 역시 리비아의 경찰에게 잡혀서 지금까지도 소식을 알 수 없다지 않은가. 그러나 물론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크게 작용을 하긴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에게는 형도 있고, 어머니 역시 사라진 아버지 대신에 가정을 굳게 지키는 강한 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어딘지 모르게 술레이만의 고통스런 눈에서 히샴 마티르를 보는 듯하다. 아마 작가의 아픔이 그대로 이 소설 속에 투사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가슴을 조리고, 어린 술레이만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술레이만의 눈물겨운 성장을 지켜보았다. 마치 칼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처럼 소년의 성장을 바라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표지사진의 소년의 눈동자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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