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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ㅣ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드는 의문 하나, 메리 베체라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황태자를 너무나 사랑해서? 아니면 황태자를 최후에 차지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남기고 싶은 허영때문에?
메리 베체라라는 인물은 책의 중반에 등장한다. 그녀는 신분 상승을 위한 지속적이고 치밀한 노력을 하는 비엔나의 패션리더였다. 출신은 그다지 높은 신분이 아니지만, 아름다운 용모와 지략적인 머리, 그리고 딸과 비슷한 소망을 가진 어머니 덕분에 비엔나의 유명인사였던 메리베체라는 황태자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의 동반 자살 계획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도 17세의 어린 나이에 말이다. 무엇이 메리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하게 했을까? 메리는 황태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고, 죽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지만(“사랑하는 엄마. 나를 용서해주세요. 사랑을 멈출 수 없었어요. 알란트 교구 묘지에 나란히 묻히기로 우린 약속했어요. 삶보다 죽음이 더 행복해요. 메리로부터.” - 메리의 유서), 그 동안의 메리의 행적으로 미루어 볼 때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선택이었다. 황태자와의 비밀스런 몇 번의 만남이 죽음을 함께할 결심을 할 정도로 깊은 사랑을 불러왔을까? 혹 비엔나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고픈 소망때문이었다면 그 소망은 슬프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메리의 죽음은 비밀스럽게 처리되었고, 제국의 사람들은 그녀가 황태자와 함께 자살했다는 것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알던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서 코멘트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단지 한 가지 당시 비엔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의 유혹에 빠졌다고 하는데 그것이 이유가 될 것인가? 이것 역시도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욕심 많고 꿈 많았을 어린 소녀의 심리가 궁금하다.
황태자 루돌프는 사실 함께 자살할 사람이 굳이 메리가 아니라도 관계없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메리 이전에 사귀던 '스위트 걸' 미치에게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황태자의 신분이지만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서 아무런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했던 루돌프는 멋진 용모와 세련된 매너로 오스트리아 백성은 물론 유럽의 다른 왕가들에서도 인기인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제외하고 돌아가는 세상은 루돌프의 손과 발을 묶어놓았고 심지어 조롱을 하기도 한다. 루돌프 황태자는 스스로 제국의 발전과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서 애를 쓰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의 상심은 깊어갔다. 어려운 그를 위로하는 것은 사냥과 글쓰기였지만, 1889년에 들어서는 그는 신문에 기고하지도 않았고 무기력하게 지냈다. 그가 꿈꾸던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가 죽지 않았다면 과연 제1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동안 유럽의 작은 나라라고만 생각했던 오스트리아의 격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단지 문체가 좀 정돈이 안 되어서 읽는데 몰입이 힘든 편이었으며, 군데군데의 오타와 비문은 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했다. 좀 더 세심한 점검은 책에 대한 믿음을 배가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