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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성공맛집 - 맛의 달인 중앙일보 유지상 기자의
유지상 지음 / 리스컴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받기 전까지 참말로 기대했었다.
사람이 살면서 뭐 그리 크게 영화를 바라겠나 하면서 (누구는 하루에 네끼를 먹겠으며 좋은 걸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아둥바둥살까- 하는 태평한 생각임을 밝힌다.) 맘 편하고, 속 안 썩고, 읽고 싶은 책 맘껏 읽으면서 살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요즘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으면서 물건에 욕심을 내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인생인가를 공감하던 차에 더욱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이 책 <비즈니스 성공 맛집>을 공부하면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을 살살 찾아다니면서 맛난 것도 좀 먹고, 책에 나오는 것처럼 같은 기분인지도 좀 느끼면서 한가하게 살자 했었다. 그러나, 책을 펼친 순간 좀 실망한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책의 거의 모든 맛집이 수도권 중심이라는 것이다. 지방은 뒤에 아주 작게 겨우 가게 이름과 주소 정도만 나와 있었다. 그것도 한 페이지에 여러 지방을 묶어서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이고(그래서 요즘 시끄럽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저자의 주 활동지가 서울이라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이 단지 서울 사람만 볼 책은 아니기에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 지방만 해도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맛있는 가게들이 참 많다. 저자도 소개한 가게의 칼국수나 두부 두루치기도 그렇고, 토속 음식은 아니지만 서로들 알고 있는 맛난 가게들이 많다. 작은 가게 밖으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정말 그런 가게들이 한 군데라도 소개되기를 기대했는데, 참말로 아쉬운 일이었다. 서울엔 왜 그렇게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아서 저자가 우리 지역에까지 올 시간을 못 내게 만든 것이냔 말이다.
또, 앞부분부터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은 한 끼 식사비로 도저히 지출할 수 없는 금액의 식당들이 즐비했다. 깔끔한 상차림에 전통적인 맛이라는 설명과 멋진 가게 사진은 나를 홀리기에 충분했으나 메뉴의 가격은 갑작스레 나를 초라한 기분에 들게했다. 저녁 한 끼에 10만원짜리를 먹기엔 좀 어려운 이야기 아닌가 말이다. 물론 저자는 '최고의 접대 품격 맛집'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여서 아주아주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다는 듯한 느낌을 풍기기는 했다. 처음엔 깜짝 놀랐으나, 뒤로 갈수록 소박하고 정겨운 가게들, 지나가다가 한 번쯤은 들러볼 수 있는 그야말로 만만한 식당들도 소개가 되어 있었지만, 처음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가끔씩 서울에 간다. KTX를 타면 금방 도착하는 서울(심지어 책을 반 권도 못 읽을 정도로)에 이런 근사한 곳들이 많다. 급히 볼 일을 보고 내려와야 해서, 혹은 길을 몰라서 그저 대충 역에서 식사를 하거나,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먹곤 한다. 한 번 친구를 만나서 좀 한가하게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친구가 근무하는 관청의 앞에 있는 작은 음식점이었다. 가게에 온통 와인과 책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식사 시간이 매우 행복했다. 와인 한 잔과 파스타 한 접시, 그리고 한 그릇의 요리일 뿐이었지만, 오랜 만에 만난 어린 시절의 친구와 여행 얘기, 책 얘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라서 그 날은 아주 늦게 귀향을 했고, 다음 날 출근하기가 어려웠었다. 나에겐 너무나 멋진 가게라서 혹시 책에 나와있나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내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맛집이다. 다음에 올라갈 때는 이 책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 이왕이면 이 책에 나와있는 집들을 하나씩 들러보려고 말이다.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면 이 책을 주어야지. 나대신에 들러보고 얘기해 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