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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 봄날 클래식 1
위니프레드 왓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블로그북봄날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유행하는 소설들이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여성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서는 장르의 소설들이 있다. 툭하면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다시 책의 인기를 더하는 책들. 그 책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너도나도 책을 손에 들게하는 장점이 있다. 그것이 책읽기의 짜릿한 세계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시간이 없기로 따지자면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도 쉽게 읽고자 하는 책. 오랫동안 책을 사랑해 왔던 일부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칙릿 소설이 그것이다.
화려한 상류층의 생활들을 묘사하고,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그 소설들의 대부분은 가난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능력은 있으나, 배경도 없고, 돈도 없다. 취직을 하기 위하여 동분서주 바쁜 그녀에게 어느 날 찾아온 기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지만, 스스로는 좀 더 다른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준비 기간으로 생각하고 일을 맡는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하니까. 그러나 자신이 깔보던 그 일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죄충우돌 부딪히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뛰어난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안다. 놀라운 솜씨를 발휘해 자신을 깔보고 비웃던 인형같이 꾸민 그녀들에게 한 방 먹인다. 게다가 운명의 사랑까지 만난다면 금상첨화다.
한동안 빠져지냈던 이런 류의 소설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대리만족이 아닐까 한다. 비싼 물건들, 아름다운 여성들, 화려한 까페와 다국적 기업의 커피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을 보면 당장에 뭐라도 사야할 것 같고, 근사한 커피숍에 앉아 캬라멜 마끼야또라도 마셔야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칙릿이 최근의 경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 소설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를 읽지 않은 사람이다. 1930년대 유럽과 미국을 풍미했던 이 소설은 가난한 입주 가정교사 미스 페티그루를 주인공으로 한다. 이미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을 통해서도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시의 재산없는 영국 노처녀들은 가정교사말고는 달리 스스로를 부양할 방법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이들이 무서워져서 기정교사라기 보다는 아이 보는 일에 가까운 허드렛일을 하던 페티그루는 어느날 직업소개소에서 라포스양의 가정에 소개를 받는다. 초라하고 볼품없으며 수줍음이 많고 우울한 중년의 페티그루에게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숨겨진 제인 오스틴이라 불리는 영국의 여류작가 위니프레드 왓슨의 소설인 이 작품은 명절로 우울한 우리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기엔 충분하다. 그렇다면 소설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