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거닐다 -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도시 런던, 느리게 즐기기
손주연 지음 / 리스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은 장소는 우연히도 기차안이었다. 아, 어디론가 떠나는 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볼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탔던 날, 뒷 자리의 여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 책 제목이 뭔가요? 재미있어 보이네요." 뒷 자리에서 펼친 책의 사진들이 보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까 라운지에서 한 자리에 앉았던 여인이었다. 아마도 불과 10여분의 짧은 인연이 그녀로 하여금 내게 말을 붙이도록 했던 모양이었다.

 

고풍스런 회색의 건물과 빨간 이층버스의 표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음식이 맛없고, 날씨도 흐리고, 사람들도 무뚝뚝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런던은 어느 새 세상 사람들이 파리 다음으로 가고 싶은 도시가 되어 있었다. 훌륭한 박물관과 전시장이 많고, 멋진 공연들이 날마다 펼쳐지며, 뛰어난 요리사의 맛난 식당들이 즐비하다는 런던. 이 시대의 패셔니스타라면 런던의 톱숍은 꼭 들러보아야할 명소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 <Love actually> 나 <Notting Hill>은 여성들의 마음에 런던을 사랑의 도시 쯤으로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도 런던엘 가게 된다면 반드시 기필코 노팅힐에 가고야 말 것이므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근들어 런던을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책 <런던을 거닐다> 는 휙 지나가는 여행지로서의 런던이 아닌 실제 터를 잡고 생활하는 사람이 본 런던을 그리고 있어서 친근했다. 영국 특유의 숙박업소인 B&B스타일의 호텔이 아니라 실제 방을 얻고 밥을 지어먹으면서 런던의 곳곳을 빠짐없이 들여다 보는 모습은 얼마전에 읽었던 <30일 간의 파리지앵>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 역시 파리에 한달간 머무르면서 지하철과 버스로 파리의 곳곳을 탐색했던 것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안정적인 울타리에서의 탈출을 생각한 후, 런던행을 결심했다. 런던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이면 그 기억들을 활자로 남기고 싶은 생각을 가졌던 그는 런던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을 모조리 들려주기로 결심한 듯하다. 섬세한 예술을 찾아서 대영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갤러들을 돌아보며 감동하고 거리의 예술가인 뱅크시의 그래피티를 직접 보러 다니기도 한다.

또한 몹시도 부럽게도 멋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보물같은 헌 책방을 발견하기도 한다. 셜록 홈즈의 베이커가 221b는 지금 박물관이 되어 있단다. 실존 인물도 아닌 셜록 홈즈의 박물관이라니, 정말 솔깃하지 않은가. 제인 오스틴의 발자취는 저자 뿐 아니라 나까지도 들뜨게 했다. 아름다운 궁전과 공원에서의 휴식들, 펍과 클럽에서의 신나는 경험과 내가 가장 보고 싶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그의 목록에서는 빠질 수 없다. 러브 액츄얼리의 아름다운 교회와 노팅힐의 예쁜 서점, 다빈치 코드의 긴박감 넘치는 교회의 모습들이 공통의 경험을 가진 세계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각종 페스티벌과 멋진 상점들의 소개는 런던에 간다면 이 책을 꼭 들고 가고 싶게 만든다.

 

다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표시되는 연인의 모습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지나치게 로미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마치 일기를 보는 것처럼 쑥스러운 기분이 들게 했다. 또한 그들의 대화를 이용해서 지식 전달을 꾀했으나, 오히려 어색하기만 했다. 두 세 군데의 오타와 편집의 작은 오류는 한 번 살펴보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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