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들어 유난히 투정을 부려대는 딸아이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나보다 아이를 먼저 키운 선배들이 그러기를 지금이 가장 힘들게 할 때라고들 한다. 고3쯤 되면 차라리 덜 힘들게 한다고 말이다. 학교라는 게 친구들 만나고 함께 즐겁게 지내는 거라고 생각하던 중학교 시절과 달리 공부하라는 것도 많고 공부를 잘 하는 친구도 많은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이 책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을 읽으면서 유난히 주인공 은효의 학교 생활 모습에 관심이 가고, 은효의 마음 상태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내 아이의 학교 생활과 마음 상태를 거기에서 엿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외국어고등학교가 외국어를 배우러 들어가는 학교인 줄 알았지, 외국어를 배워서 들어가는 학교인 줄은 미처 알지도 못한 채 입학을 한 거다. " (본문 15쪽) 이 문장을 딸아이에게 읽어주었을 때, 아이는 입술을 올리며 싱긋 웃었다.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은 1990년이니,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일인데도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습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이야 외국어를 배우러가는 학교라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은 없겠지만, 그 선행 학습의 수준은 내가 들어도 놀라울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주인공 은효는 중학교 때 아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못해서 인근의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의 고등학교에 가려고 외국어 고등학교에 지망을 한다. 평범한 교사의 딸인 은효는 외국어고의 아이들이 좋은 집안의 똑똑한 자식들이라는데 거리감을 느끼곤 하지만,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착한 아이이다. 공부의 압박과 잘 되지 않는 외국어의 스트레스는 은효를 짓누르지만, 같은 교실의 친구들과 떠들고 웃고 매점에도 잘 다닌다. 같은 반 남자 아이의 친절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얄미운 친구에게 복수를 하기도 한다. 뒤떨어진 수학공부를 따라잡고자 송선생님께 과외를 하지만, 그녀는 늘 대강 시간을 때우고 남자친구 자랑을 늘어놓기만 한다. 송선생님은 언젠가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캘리포니아에서 살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엔 무시하던 교사의 길을 걷기로 한다. 삼년간의 고교 생활 중 늘 열심히 공부했지만, 은효는 전기 대학에 낙방하고 재수를 하기로 한다. " 난 너무 지쳤어. 더 이상은, 정말 못하겠다."(본문 204쪽)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친구들보다 일년 더 공부를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약간 편안해졌다, 가끔씩 학교 생활위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눈물을 보이곤 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불안하고 속상한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늦은 밤에 돌아와서도 불을 켜 놓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걱정스럽기도 했었다. 그래도 학교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들을 재잘거리고 칭찬 받은 일을 자랑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다닐만한 모양이다. 주인공 은효처럼 힘들고 지쳐도 그 안에서 즐거움과 작은 기쁨을 찾으면서 지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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