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여러 분야의 책을 사랑하지만, 특히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다. 인류의 오랜 관습으로 억압받는 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의 주된 독서 테마였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 나라 여자들만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에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여자라서 무엇인가에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사회 전체가 꽁꽁 뭉쳐서 여자들을 괴롭힌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라면서 여러 가지 책을 보고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여성 차별 역사는 그다지 오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내가 부러워하던 서양의 여성들이 더 오랜 시간을 철저하고 조직적인 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에 조금 어설픈 위안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슬람에 관심을 가지면서 특히 그 여성들의 삶이 흥미로웠다.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그들의 종교와  조혼의 전통 따위들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질긴 여성 억압의 뿌리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번에 읽게 된 책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는 딸을 키우는 엄마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예멘에서는 열살 이하의 소녀들이 자기 나이의 세 배가 넘는 아저씨와 결혼하는 일이 흔한 일인 것 같다. 결혼을 결정할 때 아이의 의견은 물론이고 어머니에게조차 허락을 구하지도 않는 것이다. 누주드는 자신의 정확한 나이도 알지 못한다. 그녀의 엄마는 아이들이 태어난 순서만 기억할 뿐 나이가 몇 살인지, 생일이 언제인지조차 모른다. 그녀에게 삶이란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엔 너무나 바쁘고 힘겹기 때문이다. 누주드는 학교에 다니며 한참 뛰놀던 시기에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에게 팔리다시피 시집을 갔다. 시집 식구들은 그녀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시키고 때리곤 했다. 힘들고 지친 낮과 무섭고 두려운 밤들은 누주드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누주드는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누주드는 자신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이혼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법원으로 찾아간다. 집안의 명예를 더렵혔다면서 화를 내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누주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끝까지 행동에 옮겼다 누주드가 이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변호를 맡아준 여성 변호사와 그녀의 사연을 듣고 적극적으로 도와준 판사와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주드의 이혼 소식은 전국에 퍼져 나갔고, 폭력에 시달리는 예멘의 많은 어린 신부들은 그 소식을 구원의 빛으로 여긴다.

 

 세상이 발전하려면 누군가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아직 무지한 세상은 그들을 욕하고 그들에게 돌팔매를 던진다. 가끔은 그들을 화형에 처하기도 하고, 우물에 빠뜨리기도 한다. 또는 사약을 내리기도 하고...... 그러나, 훗날의 역사가들은 그들을 '선각자'라고 부른다. 인형을 좋아하고 초콜렛을 좋아하는 어린 소녀 누주드는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예멘의 어떤 젊은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될 지 누주드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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