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타
마틴 클루거 지음, 장혜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읽는 내내 참으로 나를 힘들게 한 책이다.

과도한 비유와 극적인 수사들은 의미 파악을 힘들게  해서 나를 지치게 했으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돌발적인 행동과 그 깊은 속을 알 수 없는 대사들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게 했다.

헨리에타가 친구에게 하는 말인지 혼자서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부분들이 난무해서 정말이지 그만 읽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하는 무엇인가가 이 책에는 있다.

그것은 시대의 구속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헨리에타의 고집일 수도 있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던 카시니의 매력 때문일 수도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발판으로 태어난 헨리에타 말로우는 목수의 딸이다.

그러나, 목수인 파울 말로우는 어미를 죽인 헨리에타가 태어난 후로는 목수의 일을 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의 뮤즈는 죽은 루이제였던 모양이다. 파울은 자선 병원에 취직을 하고 어린 헨리에타를 병원에서 키운다. 간호사와 환자와 침대 시트들 틈에서 자란 그녀에게 실험실의 병균들은 장난감이자 친구였으며, 당대의 유명한 의학자들의 실험과 연구를 귀동냥으로 들으면서 의학에의 열정을 키우게 된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죽음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병균의 탓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 여성에게 학문의 길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수많은 의심과 박해를 받으며 실험을 하고자 하였으나, 그녀를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았다. 결국 헨리에타는 남장을 하고 이름과 목소리를 바꾸고 대학에 입학을 하여 화려한 연구 업적을 쌓고 그것을 발표한다. 그러나 여자임이 밝혀지고 헨리에타는 그 누구의 이해와 지지도 받지 못한 채 간병인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녀의 꿈과 희망은 딸을 통해서 빛을 보게 되지만, 헨리에타의 일생은 불행하기만 했다.

 

여성의 학업이 죄가 되는 시절, 여성의 연구 성과는 남성의 이름으로 발표되어야만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라니, 남자라는 게 바로 권력이 아닌가 말이다.

어재 읽은 신문의 한 구절.

"남자는 결코 여자를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먼 훗날 후세들에게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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