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총 599쪽의 이 책은 아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편집이 되어 있다.

아마도 그 동안 읽었던 다른 어떤 책 보다도 많은 이야기와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리라.

 

모든 것은 블루 스웨터로부터 시작한다.

재클린은 어린 시절을 버지니아에서 보냈다. 그녀는 친척으로부터 선물 받은 블루 스웨터를 퍽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소중히 여기던 그 스웨터가 작아져서 더 이상 입을 수 없어졌을 때 그녀는 그것을 굿윌 상점에 넘겼다.

그 후로 11년 뒤인 1987년 르완다의 키갈리시에서 조깅을 하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바로 그 스웨터를 한 소년이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그 스웨터는 10년 이상의 세월동안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한 게 분명했다. " (본문 25쪽) 그녀는 이 스웨터가 이 세상에 사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믿었다. " 우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행동하지 않는 것까지도, 우리가 결코 알지 못하고 앞으로 만나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이 지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 영향을 끼친다."(본문 26쪽)고 그녀는 말한다. 이 사건은 그녀에게 자본과 시장과 정치의 힘을 알게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해서 이 세 가지로부터 소외되는가를 발견하게 하였다. 바로 이 사건이 그녀를 지금의 자선과 기부,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어낸 새로운, 그러나 더욱 힘있고 지속적인 빈민 구제 방법을 구축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오늘날의 '어큐먼 펀드'를 설립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소상히 그리고 있다. '어큐먼 펀드'는 "보조금을 그냥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지향적인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을 갖고서 해당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을 지닌 사업가들에게 투자할 것이라는 거죠."(본문 457쪽)

국제 은행에서 금융 실무 경험을 쌓고 승진을 눈 앞에 둔 그녀는 우연히 브라질을 방문하던 중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소액의 돈을 융자해 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을 찾던 중 비영리소액융자기구를 발족시킨 여성에게 편지를 쓴다. 처음에 그녀는 브라질에서 일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기구는 그녀를 아프리카 코트디부와르로 보냈고 그곳에서 기존의 조직에게 배척을 받는다. 르완다로 옮아온 그녀는 "두테림베레(열정을 갖고 전진하자)"라는 소액 융자 프로그램을 세우고 그 효과를 보면서 발전의 가능성을 깨닫게 된다. 그 후로도 가난한 여성들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면서 빈민 구제는 단순히 돈을 나누어주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들에게 삶을 꾸려갈 방법을 찾아주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살든 우리는 한 세상을 살다가 떠난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돈을 벌고, 돈을 쌓아두고, 먹고 입고 쓰다가 죽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이라면 세상을 둘러보고 이왕이면 한 발작 더 앞으로 나간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삶을 살아야할 것이다.

2만원 정도의 돈이면 인도에 사는 대식구의 가장에게 그들의 생게계 책임질 인력거를 사 줄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의 어린 자식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공장에서 성냥을 만들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쩌면 그리 큰 일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이들 덕분에 나는 이 행성에 사는 이라면 누구나 다 자신의 삶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해내야 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긍지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극빈층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그렇다. "

                            저자 서문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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