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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판타지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의 산문을 보는 일은 언제나 내겐 혼란스럽다.
이미 읽은 그 작가의 소설에서 나는 나름대로 그 작가에 대한 편견들을 구축해 놓고 어찌보면 멋대로 작가의 일상생활을 상상해 두곤 한다. 사실 소설이라는 게 아주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경험과 생활에서 나온다는 나 나름의 생각으로 소설 속의 어떤 일상들을 작가의 실제 생활과 혼동해서 그럴 것이다. 소설 속의 여러 번 이혼한 그 여자는 아마 작가의 삶의 모습일 것이고 소설 속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다가 자살을 기도하는 젊은 영혼은 작가의 젊은 시절의 고백에 다름 아니라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맨살 그대로의 그야말로 생생한 작가의 삶을 산문 속에서 만나면 '아하, 그건 소설이지.' 하는 반성을 하기도 한다. 그저 나름대로 상상하고 사랑하는 즐거움에 살고 싶어서 소설가의 산문은 주로 피하고 싶다. 그러나, 이 책 <가족 판타지>는 나에게 김별아라는 작가를 좀 더 가까이 느끼게 했다. 그녀 역시 이 시대 우리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엄마로서 딸로서 죄충우돌 갈등과 방황을 겪고 스스로 성숙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마치 나의 삶을 다른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는 듯해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작가 자신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무조건 반항하는 까탈스런 딸이었단다. 작가와 비슷한 세대인 나 역시도 책 속에 묘사된 상황처럼 심하게는 아니었지만, 공연시리 엄마를 괴롭게 한 시간이 있었다. 지금 공연히 불퉁거리거나 입술을 내밀고 숟가락질을 하는 사춘기인 딸 아이를 보니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혼자 웃곤한다. "너도 괜히 짜증나니?"하는 말을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섣불리 묻지 못하는 것은 그 아이가 심각하게 나올까봐 겁이 나서이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해도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그 사춘기의 공연한 불안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이다. 내 아이도 30년쯤 후엔 나같은 생각을 할까? 오늘 엄마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을 알까? 우리 엄마도 30년쯤 전에 이런 생각을 한 것일까?
그러나, 이 책은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지금의 내가 있고, 그들과의 얽힌 애증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했음을 알면서도 어쩐지 쑥스러워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시간들이 오늘은 못내 아쉽다.